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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메디오스

쏘아올린 불꽃, 밑에서 볼까? 옆에서 볼까? (打ち上げ花火、下から見るか? 横から見るか? , Fireworks, Should We See It From The Side Or The Bottom? , 1993) 연달아 본 이와이 슌지의 초기작 중 가장 좋았다.영화보다 티비 단막극에 좀 더 가까워보이는데 이젠 매체의 구분이 별로 없다 보니 별 신경 안 쓰고 봤다. 불꽃놀이를 앞두고 학생들이 겪는 일들이다.불꽃놀이를 옆에서 보면 불꽃이 납작할지 둥글지에 대한 내기, 좋아하는 소녀를 두고 고백의 타이밍을 잡지 못하는 두 소년과 그 사이에 있는 소녀.소녀로 나온 오키나 메구미가 너무 귀여웠다.소년들도 하나 같이 연기가 아니라 정말 소년 같았고. 영화 중간에 한번 꺾이는 지점이 판타지인지 아닌지는 알 수 없다.유년기에는 무엇이든 일어날 수 있고, 무엇이든 생각할 수 있으니까. 좋아하는 소녀의 사진을 돋보기로 보는 장면이 자꾸 떠오른다.첫사랑이라고 부르기도 애매한 풋사랑의 기억들을 자극하는 장면들이 꽤 많다. 더보기
언두 (Undo , 1994) 사랑을 묶자, 라는 말이 와닿았다.여자는 남자의 사랑을 원하고, 남자는 무심하다.치아교정이 끝난 날, 자신의 치아에 입을 맞추는 남자는 철의 맛이 나지 않아서 어색하다고 말한다.여자는 다시 치아교정기를 껴야하나 생각한다. 여자는 계속해서 무엇인가를 묶는다.키우는 거북이고, 남편의 책도, 집안의 모든 것을 묶고 결국 자신을 묶는다. 묶는다고 잡힐까.그러나 이거라도 일단 묶어야지. '러브레터'에서 묵묵하게 기다리던 토요카와 에츠시는 여기서 누군가를 기다리게 만들고, 야마구치 토모코는 강박에 가까운 모습을 잘 소화한다.초반에는 마냥 사랑스러운 그녀가 돌변하는 지점에서 보여준 표정들은 흥미롭다. 더보기
피크닉 (Picnic , 1996) 러닝타임이 짧은 이와이 슌지의 초기작 세 편을 연달아서 봤다.'피크닉'이 제일 감흥이 덜했는데, 어두운 이와이슌지보단 밝은 이와이슌지의 세계를 더 좋아하기 때문일까. 정신병동에 입원한 이들이 지구 종말이 올 거라고 생각해서 세상으로 피크닉 나간다는 간단한 서사의 이야기다.남녀주연배우인 차라와 아사노 타다노부가 한 때 부부였다는 것도 처음 알았다.아사노 타다노부가 중년이 된 이후의 모습만 봐서 그런지, 그의 20대가 생소하다. 아사노 타다노부 앞에 나타나는 담임선생님의 환영은 비주얼만 봐서는 '이레이저 헤드'가 떠오른다.데이빗 린치 생각이 자꾸 났다. 레메디오스의 음악이 탁월했고, 푸른 하늘이 나오는 장면들이 좋았다.미세먼지 가득한 서울하늘에서 봐서 그럴까.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