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라스폰트리에

어둠 속의 댄서 (Dancer In The Dark, 2000) 예전에 1시간 정도 보다가 감상을 멈춘 적이 있다. 딱히 불편해서는 아니었는데, 어쨌거나 그 후 몇 년이 지난 뒤에야 드디어 봤다. 라스폰트리에를 워낙 좋아하고, 그의 최고작은 '도그빌'이라고 생각하지만, 그에 버금갈 만큼 좋은 작품이다. 진정한 멘탈파괴작품이 아닐까 싶다. 선의지가 얼마나 부질 없는지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된다. 그 무엇 하나 내 의지로 되지 않는다. 체코에서 미국으로 넘어온 셀마를 보면, 꾸준하게 미국 자본주의를 비판해온 라스폰트리에의 메시지가 이 안에도 담겨있을까 싶다. 세상에 이렇게 우울한 뮤지컬영화를 만들 사람은 라스폰트리에밖에 없을 거다. 비요크의 존재감부터 시작해서 그녀의 목소리 덕분에 탄생한 영화다. 비요크의 노래들이 인상적이지만, 내게는 까뜨린느 드뇌브의 얼굴로 기억될 영화.. 더보기
백치들 (Idioterne , The Idiots , 1998) 영화 중반까지는 라스폰트리에 작품 중에서도 가장 보기 힘들었다. 도그마 선언의 내용 중에는 인위적인 폭력장면을 넣지 않는다고 했기에 딱히 폭력장면이 있지도 않다. 다만 규범에 벗어나는 행동을 하는 걸 별로 안 좋아하다보니 그걸 보면서 통괘함보다는 불안한 마음이 더 커서 위태롭게 느껴졌다. 영화 마지막에 가서는 라스폰트리에 작품을 보면서 내가 울컥할 수 있다는 걸 처음 느꼈다. 모두들 백치가 되길 원하지만, 진짜 백치가 된 거는 미칠만큼 큰 시련을 겪은 이들이라는 게 마지막에서 느껴졌다. 그래서 더 슬펐다. 무엇인가를 잃은 척 하지 않고, 진짜 잃은 사람만이 미쳐서 바보가 되는 게 세상이니까. 사람들이 불편해하는 것을 일부로 따라한다. 사람들은 노골적으로 불편해한다. 그들의 집단 안에서는 그것이 놀이이지만.. 더보기
안티크라이스트 (Antichrist , 2009) 어제 '우상' 시사회를 다녀와서 진이 다 빠졌는데, 일어나서 미이케 다카시의 '오디션'을 보고 다시 정신적 탈진 상태에서 '안티크라이스트'를 봤다.라스폰트리에의 작품은 늘 힘들었고, '안티크라이스트'가 그 중에서도 수위가 높은 편이라 이것까지 보고 나니 다른 걸 하기가 힘들어졌다.게다가 이 작품을 보고 나서 원고마감을 위해 봐야할 영화는 가스파 노에의 영화라서, 가스파 노에 작품까지 보면 악몽을 꾸게 될 게 분명했다. 성경에 대한 이해도가 있어야 완전하게 이해할 수 있는 작품이다.시작부터 에덴, 사슴 등 노골적으로 성경에서 따온 상징이 많아서, 몇몇 부분들은 도식적으로 느껴진다.해석할수록 좋은 영화이겠지만 다시 보고 싶진 않다.몇몇 부분에서는 현기증이 났다. 샤를로뜨 갱스부르는 라스폰트리에와 세 편을 연.. 더보기
살인마 잭의 집 (The house that Jack built , 2018) 라스 폰 트리에의 작품이기에 긴장할 수밖에 없다.분명 불편한 지점을 건드리고 말 것이다.그래도 예상보다 그리 잔인하진 않아서 견딜만 했다.그럼에도 다른 작품들에 비하면 내내 잔인하다, 라스 폰 트리에 치고 안 잔인할 뿐이지. 맷 딜런은 '크래쉬' 이후로 오랜만에 보는데, 탁월한 캐스팅이었다.브루노 간츠는 영화의 아이러니를 위한 캐스팅 같다.그는 '베를린 천사의 시'에서 천사였으니까.유지태는 대사도 꽤 있는 카메오인데, '올드보이'의 우진이 이런 상황에 처해있다고 생각하니 웃겼다. 우마 서먼은 '님포매니악'에 이어서 이번에도 적은 분량으로 강한 인상을 남긴다.타란티노 이후로 우마 서먼이 가장 큰 존재감을 남기는 장면들은 라스 폰 트리에 감독에 의해서가 아닌가 싶다.여성인물이 주체가 되는 작품을 많이 찍은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