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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

백치들 (Idioterne , The Idiots , 1998)

 

영화 중반까지는 라스폰트리에 작품 중에서도 가장 보기 힘들었다.

도그마 선언의 내용 중에는 인위적인 폭력장면을 넣지 않는다고 했기에 딱히 폭력장면이 있지도 않다.

다만 규범에 벗어나는 행동을 하는 걸 별로 안 좋아하다보니 그걸 보면서 통괘함보다는 불안한 마음이 더 커서 위태롭게 느껴졌다.

 

영화 마지막에 가서는 라스폰트리에 작품을 보면서 내가 울컥할 수 있다는 걸 처음 느꼈다.

모두들 백치가 되길 원하지만, 진짜 백치가 된 거는 미칠만큼 큰 시련을 겪은 이들이라는 게 마지막에서 느껴졌다.

그래서 더 슬펐다.

무엇인가를 잃은 척 하지 않고, 진짜 잃은 사람만이 미쳐서 바보가 되는 게 세상이니까.

 

사람들이 불편해하는 것을 일부로 따라한다.

사람들은 노골적으로 불편해한다.

그들의 집단 안에서는 그것이 놀이이지만, 사회와 접점이 생기는 순간 그들은 진짜 바보가 된다.

사회에서 배척당한다.

그들은 배척을 받아들이는 게 아니라, 배척 당해도 돌아갈 백치 집단이 있기 떄문이다.

백치가 되는 걸 놀이로 즐긴다는 것에서부터 너무 많은 모순과 마주하게 된다.

있는 그대로의 백치에게 그건 절대 놀이로 받아들여지지 못할 테니까.

사회에서 규범 안에서 사는 모든 이들도 보기에 따라 놀이가 될 수 있고.

 

내가 불편해하는 것, 내가 슬퍼하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도그마 선언의 내용 자체는 너무 뻔하지 않았나 싶다.

도그마를 떠나서 '백치들'은 최근 본 라스폰트리에 작품 중에 가장 오래 남을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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