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Movie

혹성탈출: 진화의 시작 (Rise of the Planet of the Apes, 2011)



이 영화를 보고나서 가장 먼저 든 감정은 후회였다.
도대체 극장에서 이 영화를 안 보고 나는 뭘 하고 살았던 것일까 싶었다.
후속편이 나오면 꼭 극장에서 보리라.

올해의 남우주연상은 앤디 서커스가 받아야하지 않을까 싶다.
아날로그 연기만을 연기상의 기준으로 삼고 있는데, 점점 기술이 발전되어 가는데 모션캡쳐로 한 연기를 연기상의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하면 이건 좀 모순 아닌가.
우리가 이 영화에 열광하는 것은 무엇보다도 시저라는 캐릭터의 힘 때문이고, 시저의 심리묘사에 가장 큰 공을 세운 것은 앤디 서커스의 연기가 아니겠는가.

기술이 개발되면서 세트에서 촬영한 뒤에 스튜디오에서 다시 촬영하는 식의 촬영이 아니라, 앤디 서커스가 모션캡쳐 세팅을 한 채로 배우들과 함께 호흡을 맞추면서 연기했다고 하는데, 그 덕분에 시저 캐릭터의 심리 묘사는 실제 사람보다도 더 정교하다.
최근 본 영화 중에서 압도적으로 심리묘사가 좋았던 영화이다.
스케일로 승부할 줄 알았던 영화인데, 오히려 원숭이의 내면연기로 승부수를 던질 줄이야.

물론 스케일 자체도 크다.
'반지의 제왕'시리즈를 비롯해서 피터 잭슨과 주로 호흡을 맞춘 앤드류 레즈니의 촬영을 비롯해서 액션 시퀀스 또한 굉장히 좋았다.
원숭이들이 무리로 나무를 오르면서 나뭇잎들이 우수수 떨어지는 장면을 비롯해서 몇몇 시퀀스는 숨막힐 정도였다.

최근 들어서 헐리우드에 좋은 프리퀄들이 많이 나오고 있다.
또한 그 프리퀄들은 전작들의 기본 설정만 가져올 뿐, 완전 새로운 이야기나 다름없다.
'다크나이트', '엑스맨 : 퍼스트클래스'도 전 시리즈들과 다른 감독이 만든, 거의 새롭게 만들어진 시리즈와 다름 없다.

혹성탈출 시리즈도 이제 새로운 시리즈가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다.
영화 엔딩 부분에서 나무 위에 올라가서 인간 세상을 내려다보는 시저의 모습은 인간을 적으로 여기는 모습이 아니라, 인간 세계에 새로운 질서를 만들겠다는 각오로 보이지 않는가.

후속작에 대한 기대감이 몹시도 크다.
얼른 시저의 다음 이야기를 듣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