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Movie

토일렛 (Toilet, 2010)




정말 오랜만에 광화문 스폰지하우스에 갔다.
예매할인권에 조조할인까지해서 둘이서 오천원에 봤다.
요즘 영화값이 너무 올라서 거의 조조로만 영화를 본다.
문화생활에 인색해지지 말자고 항상 생각하지만 돈이 없는데 어쩌겠는가 !

'카모메식당'도 스폰지하우스에서 봤었는데, 사실 오기나미 나오코 감독의 차기작이 나온 줄도 모르고 있었다.
'카모메식당'과 '안경'이 국내에서 나름대로 매니아층이 있었는데, 그 덕분인지 '토일렛'을 보러 온 사람들이 많았다.

스폰지하우스에 이렇게 사람이 많이 온 것은 처음 보았다.
영화 '원스' 때도 제법 많았었는데, 그 때보다도 더 많아서 거의 자리가 꽉 찼다.
스폰지하우스를 주로 혼자 가고, 상영관 안에도 3~4명 있는 것이 익숙한 나로서는 사람들이 많은 것이 어색했다.

핀란드를 배경으로 했던 '카모메식당'과 마찬가지로 이 영화는 캐나다를 배경으로 한다.
전작들과 마찬가지로 소소한 웃음을 유발하는 느낌의 영화이다.
오기나미 나오코 감독의 영화 스타일을 개인적으로 좋아하는데 유머나 호흡 자체가 취향을 많이 타는 편이다.

영화는 캐나다인 세 남매가 일본인 할머니와 함께 살면서 겪는 이야기이다.
오타쿠인 실질적 가장인 레이는 매번 화장실만 다녀오면 한숨을내쉬는 할머니가 거슬리고,
형인 모리는 공황장애로 몇 년 째 밖에 못나가고 집에만 있고, 여동생인 리사는 다혈질에 제멋대로이다.

시나리오로 봤다면 굉장히 밋밋하게 느껴졌겠지만 연출이 각본을 살렸다고 할만큼 연출이 좋았다.
오기나미 나오코 감독은 조용한 분위기의 영화 속에서 툭툭 뱉는 대사들로 유머를 구사하는데 그것이 참 마음에 든다.
극장 안에 사람들도 덕분에 별 것 아닌 대사에도 참 많이 웃었다.
나오코 감독의 페르소나인 모타이 마사코는 조금만 움직여도 사람들이 다 웃을만큼 존재감이 크다.

영화의 시작과 끝이 죽음인데도 영화는 참 평화롭다.
보고나면 일단 기분이 좋아져서 좋다.
가족간의 소통이라는 정말 흔한 이야기를 감독 특유의 분위기로 잘 풀어냈다.
다만 앞에서도 말했지만 일본영화 특유의 유머가 취향에 맞지 않으면 다소 지루할 수 있다.

예전에 '카모메식당' 당시 관객과의 대화에서 극장 안에 어떤 관객인 '왜 필요없어 보이는 저런 장면을 찍었어요?'라는 다소 무례한 질문에 나오코 감독이 '이유는 없다, 그냥 넣고 싶어서 찍었을 뿐입니다'라고 대답했던 것이 기억났다.
물론 시나리오는 치밀하게 계산해서 만들어야하는 것이지만 감독이 만족하고 관객도 만족하면 그게 성공적 소통 아닐까.
한동안 일본 특유의 정적인 분위기를 그리 안좋아했는데, 오기나미 나오코 감독의 작품은 참 좋다.
핀란드와 캐나다에서도 자기 특유의 분위기를 풍기는 나오코 감독의 능력이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아마 이 영화를 보고나면 '토일렛'이라는 제목이 참 좋다고 느낄 것이다.
이 영화, 생각할수록 참 귀엽다.















'Movie'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말할 수 없는 비밀 (不能說的秘密: Secret, 2007)  (2) 2010.12.24
베리드 (Buried, 2010)  (2) 2010.12.23
거짓말의 발명 (The Invention Of Lying, 2009)  (0) 2010.12.07
시라노; 연애조작단  (4) 2010.11.14
음란서생  (0) 2010.1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