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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usic

쥬비 - I Love You Song



예전보다 한결 밝아진 얼굴
너는 행복해 보여
변함없이 편한 너의 웃음은
지난 날의 우릴 떠올리게 해

아직 기억하니 맨 처음
우리집에 놀러와
만들어주던 요리

유난히 널 따르던
짓궂은 내 동생과
야구 시합 하던 날

I love you
이미 늦은 걸
돌아갈 수 없다는 걸 알지만

I love you
너의 곁에서
늘 너와 함께 빛나던 날들

눈 내리던 겨울밤
작은 너의 방에서
처음 나눈 입맞춤

함께 듣던 음악들
반짝이는 눈으로
비틀즈를 꿈꾸던
너를

I love you
이미 늦은걸
돌아갈 수 없다는 걸 알지만

I love you
너의 곁에서
늘 너와 함께 빛나던 날들

goodbye my love
손을 흔드는
너의 모습 부디 행복 하기를

I love you
돌아오는길
어느새 하얀 눈이 내리네



고등학교 때 뭐하는데 돈을 제일 많이 썼을까.
그 당시에는 극장에도 잘 안 갔고, 용돈을 거의 고스란히 음반 사는데 쓴 것 같다.

그 당시 친구와 종로 쪽을 걷다가 레코드점을 발견했다.
가격도 저렴했고, 당시 구하기 힘든 앨범들도 많이 있는 곳이어서 고등학교 생활 통틀어서도 '발견'이라는 단어가 가장 잘 어울리는 경우였다.

당시 인터넷으로 음반을 사는 것보다 직접 고르는 손맛이 좋아서 집 앞에 레코드점에 자주 갔다.
다만 레코드점 주인아저씨가 음악에 별로 관심도 없으셔서 레코드점에서는 최신음반들뿐이었다.
그에 비해 나는 잘 알려지지 않은 앨범들을 주로 찾았기에, 찾아갈 때마다 주인아저씨께 따로 음반을 구해달라고 말씀드려야만 했다.
항상 따로 주문하고 앨범을 받는 절차를 밟아서 레코드점에서 희귀한 앨범을 찾는 손맛이 거의 없었기에, 종로의 레코드점이 더 소중하게 느껴졌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기도 전에 집 앞 레코드점은 사라졌다.
가게 문을 닫기 전에 앨범을 거의 반값에 폭탄세일을 해서, 레코드점이 사라진다는 슬픔보다는 폭탄세일하는 앨범들 사이에서 무슨 앨범을 사야할지 고민하느라 바빴다.
양 손에 앨범들을 바리바리 싸들고 집에 오면서도 안심할 수 있었던 것은 내심 종로의 레코드점이라는, 일종의 보험이 있기 때문이었을 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종로에 갔을 때 그 레코드점은 없었다.
내가 길을 잘 못찾는 것이 이유라고 할 수도 있지만, 종로를 세네시간 돌아다니면서도 못 찾을 정도의 길치는 아니기에 나는 레코드점이 없어졌다고 잠정적으로 결론 지었다.

종로의 레코드점을 처음 발견한 날, 너무 설레서 집에 가자마자 사고 싶은 음반리스트를 정리했다.
사고 싶지만 자금난으로 인해서 장바구니에만 넣어둔 음반들을 체크해보면서 다음번 레코드점 방문을 기대했다.
그리고 다음은 없었다.

결국 내게는 신천지같던 종로의 레코드점에서 산 음반이라고는 딱 한장 뿐이다.
바로 쥬비의 앨범이다.
W(where the story ends)에 푹 빠지게 되는 몇 년 뒤를 예언하는 음반이라고 설명해도 될 것 같다.
W의 배영준이 쓴 가사와 한재원의 편곡에 빠져들게 된 계기도 이 앨범에 있다.
물론 쥬비의 앨범 속에서 W멤버들의 활약도 대단하지만 무엇보다도 싱어송라이터로서 쥬비의 능력이 제일 빛나는 앨범이다.

쥬비는 지금 어디에 있는 것일까.
쥬비의 다음 앨범을 몇 년 째 기다리지만 소식이 없고, 그녀의 소식을 찾는 것이 힘들다.

지금도 가끔 종로 쪽에 갈 일이 있으면 레코드점을 찾는다.
내가 극심한 길치여서 종로 어딘가에 존재하는 레코드점을 못 찾고 있는 것은 아닐까.
쥬비가 이름을 바꿔서 어디선가 활동을 하고 있는데 못 알아본 것은 아닐까.
내가 길을 잘 못찾고 무딘 사람이라는 사실이 위안이라면 위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