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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

자전거 탄 소년 (Le Gamin Au Velo , The Kid With A Bike , 2011)



보육원에 맡겨진 소년이 있다.
소년은 아버지를 보고 싶어한다.
아버지를 보러 보육원에서 몰래 소년, 소년은 한 여인과 마주친다.
그 여인은 소년의 사연을 알게 되고, 다른 이에게 팔렸던 소년의 자전거를 다시 사와서 소년에게 주고 후견인이 된다.

'아들'의 홍보차 도쿄에 갔을 때 다르덴 형제는 소년 법원 판사로부터 흥미로운 이야기를 듣게 된다.
고아원에 버려진 열 살 소년이 있는데, 아버지는 아이를 고아원에 맡기면서 언젠가 꼭 다시 찾으러 오겠다고 약속한다.
하지만 아버지는 돌아오지 않았고, 아이는 여러 번 아버지를 찾아 나섰지만 결국 만나지 못했다.
다르덴 형제는 이 이야기에서부터 시작해서 영화의 시나리오를 써나갔다.

한 감독은 평생 하나의 테마로 영화를 찍는다고 한다.
다만 조금의 변주가 있을 뿐.

다르덴 형제의 영화에 처음으로 음악이 나온다.
베토벤의 마지막 피아노 협주곡인 '황제' 2악장.
그동안 자신들의 언어에 음악을 넣을 위치를 찾지 못해서 음악을 쓰지 않았던 다르덴 형제는, 자전거 탄 소년인 시릴이 사만다의 사랑을 받아들일 때 이 음악을 사용한다.
다르덴 형제의 표현대로 음악이 사용되는 장면에서 음악은 그 장면에 '내려앉는' 것이다.

'자전거 탄 소년'의 마지막을 희망으로 볼 수 있을까.
베토벤의 '황제' 2악장이 나오는 가운데 소년은 자전거 페달을 밟는다.
소년은 집으로 무사히 갔을까.
소년의 앞날을 알 수 없지만 희망이라고 믿어야만 이 영화의 마침표를 찍을 수 있을 것 같아서 그렇게 믿을 뿐.

아이를 보호하는 것이 판단이 아닌 즉각적이라는 것을 사만다라는 캐릭터를 통해서 보여준다.
과연 나라면 어땠을까.
윤리적 딜레마에 빠질 때, 어김없이 다르덴 형제는 말한다.
딜레마에 빠질 필요도 없이 당연히 정의로운 편을 선택해야 하는 것이라고.

가장 거대한 메시지를 미니멀한 방식으로 말한다.
철저한 리허설과 배우에게 주는 자유 덕분일까.
여전히 다르덴 형제의 영화는 연기 디렉팅의 교과서이다.

남들은 평생을 생각해야하는 화두를 다르덴 형제는 매 작품마다 담아낸다.
다르덴 형제는 노동자의 현실을 말하던 다큐멘터리 감독 출신이다.
치열한 삶의 현장에 있었기에 영화에 어떤 것을, 어떤 삶을 담아야할지를 잘 아는 것이 아닐까.
다르덴 형제의 핸드헬드 카메라는 항상 사람냄새를 쫓아 다닌다.

소년은 끊임없이 페달을 밟는다.
행복한 시절로 돌아가기 위해서, 가족을 찾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