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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

나이트크롤러 (Nightcrawler, 2014)

 

 

 

연말에 나오는 올해의 영화 리스트를 챙겨 보는 편이다.

2014년의 영화로 '나이트크롤러'를 뽑은 매체가 워낙 많았기에 보게 되었다.

 

각본가 출신인 댄 길로이의 연출데뷔작인데, 데뷔작이라는 것이 무색할만큼 밀도 있는 짜임새를 자랑한다.

댄 길로이 감독의 부인인 르네 루소의 연기도 좋고, 리즈 아메드의 연기도 인상적이지만, 이 영화는 제이크 질렌할의 영화이다.

 

제이크 질렌할은 꽃미남 같은 얼굴을 하고서도 필모그래피 대부분을 어두운 영화로 채우고 있는 배우이다.

항상 제이크 질렌할을 보면서 묵직한 느낌의 짐캐리처럼 생겼다고 느꼈는데, '나이트크롤러' 속 제이크 질렌할은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에서 하비에르 바르뎀이 연기한 안톤 시거를 연상시킨다.

안톤 시거가 절대적인 악의 상징이라면, 제이크 질렌할이 연기한 루이스블룸은 사회가 요구하는 욕망이 만들어낸 후천적인 악이다.

제이크 질렌할에게서 전혀 기대할 수 없었던 표정들이 영화 내내 등장하기에, 그의 표정과 걸음걸이만으로도 흥미로운 영화이다.

 

미디어에 대한 메세지를 명확하게 잡은 상태에서 묵직하게 돌진한다.

블랙코미디라고 느껴질만큼, 실소를 머금게 하는 장면들이 많다.

역겹게 느껴지는 욕망들이 아무렇지 않게 거래되는 장면들이 그렇다.

 

언제나그렇듯 영화가 아무리 악한 척 해봐야 현실이 제일 악하기 마련이다.

실제로 브라질에서는 사건현장을 촬영하며 돌아다니다가 나중에는 소재고갈로 인해, 직접 살인을 계획하고 촬영하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한다.

영화를 보고나니 나이트크롤러를 매력적인 직업이라고 느끼고 따라하는 이들도 있을 수 있겠다고 느꼈다.

사건현장을 쫓아다니는 것은 욕할 생각은 없지만, 공포를 사고파는 비지니스가 당연해지는 사회는 아무리 생각해도 건강하지 못한 사회이다.

 

저널리즘에 대한 논란은 시대가 지날수록 더욱 늘어날 것이고, 그에 대한 영화도 늘어날 것이다.

아마 더 안 좋아질 것이고, 더 흥미로운 영화가 늘어날 것이다.

흥미로운 영화를 좀 덜 봐도 좋으니, 덜 걱정할 수 있는 세상에서 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