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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usic

9 (9와 숫자들) - 방공호

 

 

 

들어와요 어서 들어와요
내가 만든 작은 세상으로
졸린 곰도 길을 잃은 다람쥐도
어림없죠 그대밖에는

들어와요 들어와요
창이 없어도 나는 빛을 볼 수 있어
들어와요 어서 들어와요
내 마지막 온기는 그대 것이니까

나는 깨어있을 거예요
매일 밤 그대 곤히 잠들 때까지

봄이 오면 함께 떠나요
모든 슬픔 여기 가둬두고서

들어봐요 귀 기울여 봐요
내가 지은 그대 위한 노래
밤 짐승도 약이 오른 아기 새도
소용없죠 그대 앞에선

내일은 더 찬 바람이 분대요
철새들은 어제 출발했어요

극명하던 푸르름과 시들음의 차이도
하얀 눈 속에선 의미를 잃어가네요

들어와요 들어와요
초라하지만 여기만은 안전해요
들어와요 어서 들어와요
내 마지막 향기는 그대 향해 있으니

나는 깨어있을 거예요
매일 밤 그대 곤히 잠들 때까지

봄이 오면 함께 떠나요
모든 슬픔 여기 가둬두고서
모든 두려움 다 떨쳐버리고

 

 

 

내 주변에는 9와 숫자들의 팬이 많다.

사실 난 그들의 곡에 큰 매혹을 못 느꼈다.

 

그런데 이번에 발매된 9의 싱글 '방공호'를 들으면서 내가 원한 감성이 이런 것이라고 느꼈다.

어쿠스틱한 팝발라드를 좋아하는 내 성향상 9와 숫자들의 기존 곡들보다 이번 9의 싱글이 훨씬 더 많이 마음에 와닿았다.

 

특히 가사가 굉장하다.

그동안 9와 숫자들의 곡을 듣기보다도 그들의 가사를 많이 들춰보곤 했는데, '방공호'의 가사는 굉장하다는 말밖에 안 나온다.

9의 목소리와 피아노반주, 가사 모든 것이 사랑노래의 클래식을 만들어냈다.

 

자신이 만들어놓은 방공호, 내 마음 속 보금자리.

그것을 타인에게 보여준다는 것은 엄청난 용기가 필요한 일아.

혹시 이 공간이 누추하게 느껴지진 않을까 얼마나 많은 정리가 필요했을까.

그 사람에게 나의 방공호에 들어오지 않겠냐고 말하기까지의 과정들을 생각하면 울컥하게 된다.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결국 자신의 마음 가장 깊은 곳, 심연을 나누는 일이다.

내가 이렇게 아껴둔 공간이지만 너에게 보여줄거야, 그리고 이왕이면 좋아해줬으면 좋겠어.

난 사실 이런 생각을 깊은 곳에 숨기고 살아, 네가 내 안을 탐험하다 찾기 전에 미리 보여주고 싶어.

들키기보다 먼저 보여주고 인정받고 싶어.

 

방공호에 들어왔다가 나간 사람이 많아질수록, 나의 방공호는 좀 더 단단해지고 접근하기 힘들어진다.

아예 닫힌 채, 내 마음 속 가장 깊은 말을 아예 매장시키고 살아갈지도 모른다.

누군가 물으면 방공호 따위 없다고, 그런 것은 필요없다고 말하며 아무렇지 않은 척 지낼지도 모른다.

 

사랑에 빠진 순간 둘만의 세상인 것처럼 느껴지지만, 그렇게 사랑에 취해있다가 문득 주변을 돌아볼 때 느껴지는 묘한 기분이 있다.

방공호 안에서 둘이 서로의 숨을 뱉고 내쉬다가 밖에 나오면, 세상은 전쟁 중일테니.

 

닫힌 방공호의 내부에는 한때 서로가 세상이라고 기억하던 이의 숨결과 흔적이 그대로 있을 것이다.

그것을 무심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순간 방공호는 다시 열리고, 다시 정리를 시작한다.

 

무뎌진다는 것은 성숙을 뜻하는 것이 아니다.

많은 것을 포기했음을 뜻하는 말이다.

 

포기하지 않은 이들만이 방공호를 지키고, 살아남을 수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수많은 인연의 투쟁 속에서 상처 받은 이들만이 방공호를 가질 수 있다.

 

끝까지 나의 방공호를 사수하고 싶다.

영원히 방공호 속 세계를 지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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