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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

이레이저 헤드 (Eraserhead, 1977)




여자 친구가 애를 낳다.
문제는 애 얼굴이 이상하다.
괴물 같다.
그리고 계속해서 기괴한 상상을 하게 된다.

영화 중간에 주인공의 머리가 툭 하고 떨어지더니 꼬마가 그 머리를 가져다가 연필 만드는 이에게 가져다주고,
주인공의 머리에서 지우개 심을 뽑아서 지우개가 달린 연필을 만드는 장면에서의 당혹감이란.

여러모로 내게는 고마운 영화이다.
데이빗 린치가 이 영화를 완성시키는데 7년이나 걸렸다.
이 영화를 찍은 덕분에 그는 지금도 대중들에게 매혹적인 영화를 보여주고 있다.
그가 중간에 영화를 포기했을 상상을 하니 아찔하다.

사실 공부하는 기분으로 데이빗 린치를 접했다.
컬트의 고전으로 불리는 영화이기에 그의 작품 중에서 데뷔작인 '이레이저 헤드'를 제일 먼저 보았다.
영화를 의무감으로 보는 게 싫어서 두어 번 정도는 보다가 그냥 포기했다.

그냥 어는 날 문득 생각이 나서 조금 참고 보다보니 중반부부터는 꽤나 흥미진진하다.

괴물이 가장 무서울 때는 괴물이 사람처럼 굴 때라는 말이 떠오를 만큼,
괴물처럼 생긴 아기가 그냥 평범한 아기처럼 울고 있을 때 참으로 섬뜩하다.

데이빗 린치가 화가 출신이기 때문일까.
정말 기괴하고, 너무 기괴해서 매혹적이기까지한 이미지들이 많다.
줄리앙 슈나벨도 화가 출신이지만 두 감독은 전혀 다른 방식으로 이미지를 사용한다.

몇몇 장면들은 어떻게 연출했을지 참으로 궁금하다.
데이빗 린치의 책인 '빨간방'은 연출 에피소드보다 명상마니아인 그가 명상의 효과에 대해 잔뜩 써놓은 책이라 아쉬웠다.

컬트에 대해서 설명하라면 그냥 이 영화를 보여주는 게 빠른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컬트영화에 대한 편견을 고스란히 가지고 있는 영화랄까.

괴물처럼 생긴 아기가 닭을 연상시켜서 이 영화 보고나서 조류 먹는 게 참 힘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