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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

우상 (偶像 , Idol , 2018)


분명 좋은 지점이 존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지점 사이사이에 설명 되어야 할 부분이 헐겁다.

개연성이 부족하고 디테일이 떨어진다면, 이 거대한 야망을 가진 영화가 제대로 작동할 수 있겠는가.


이수진 감독의 전작 '한공주'의 예산은 2억이고, '우상'의 예산은 100억이다.

그러나 예산만큼 영화의 질이 상승했냐고 묻는다면 당연히 아니다.

'한공주'에서 성범죄 장면을 재연한 장면은 변명의 여지 없이 무조건 삭제했어야 한다고 본다.


'우상'은 삭제했어야 할 장면들이 너무 많았다.

목이 잘리고, 주사를 넣는 등 잔인한 장면을 그대로 노출한 이유가 무엇인가.

게다가 이 영화는 장르물로서 고어를 지향하는 것도 아니다.

이 영화의 자극은 개연성이 없으므로 불필요하고 불편하다.

러닝타임이 지날수록 영화에 대한 기대는 불안으로 바뀌고, 객석에서 점점 탄식이 나왔다.


배우들의 중요한 대화에서 대사가 잘 안 들리는 건 배우들 딕션의 문제라기보다 최종적으로 이런 상태의 음향에 오케이한 감독 탓이 아닐까.

설명 안 되는 부분이 너무 많다.

특히 천우희는 등장하는 순간부터 거의 히어로영화의 빌런에 가까운 능력치를 보여준다.

저런 전투력을 가진 캐릭터에게 걱정이 있을까 싶을만큼 밸런스 붕괴 수준의 캐릭터다.

차라리 천우희를 중심으로 여자히어로 영화를 만드는 게 이 예산에 걸맞지 않을까, 라는 상상까지 하게 만든다.


이수진 감독의 미덕은 절제에 있다고 생각하고 그의 차기작에 많은 기대를 했다.

그러나 이런 결과가 찾아왔다.

'한공주'에서 불편했던 부분만 확대한 영화가 '우상'이다.

설명해야 할 부분을 생략하고, 생략해도 될 부분만 확대해서 보여준 러닝타임 2시간 반 가까운 영화를 봤다.

아니, '견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