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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

용호풍운 (龍虎風雲: City On Fire , 1987)

쿠엔틴 타란티노의 '저수지의 개들'의 모티브가 되는 작품이라고 들어서 봤다.

적대시 되는 집단에 스파이로 들어가는 이야기는 이미 꽤 많은 작품에서 봐왔다.

타란티노의 데뷔작을 비롯해서, 박훈정 감독의 '신세계'나, '용호풍운'의 촬영감독인 유위강이 연출을 맡은 '무간도' 시리즈나 이안 감독의 '색,계' 등 꽤 많은 작품이 스파이에 대해 다룬다.


그런데 임영동 감독의 '용호풍운'이 다른 작품들보다 좋았던 이유는 스파이를 보낸 집단의 리더가 보여준 태도 때문이다.

대부분의 이런 류 작품들에서는 리더가 무책임하다.

대의를 위한 개인을 희생시킨다.

그렇게 희생하고 싶으면 자기가 할 거지, 누군가 죽으면 또 누군가를 대체할 뿐, 마치 자신은 선장이어야만 하는 것처럼 말이다.

대의를 위한 희생이라는 말 지긋지긋하다.

그렇게 귀중한 대의면 자신이 희생하지 꼭 자기는 브레인 역할 맡아서 뒤에서 팔짱만 끼고 있으려고 하고.

실무를 가볍게 생각하는 리더는 최악이다.


'용호풍운'에서는 주윤발을 보내고 나서도 늘 그가 아저씨라고 부르는 경감이 그에 대해 걱정한다.

임무를 일정선까지만 하고 보내주려고 하고, 현장에서도 그의 안전을 걱정하고, 그를 위해 분노도 한다.

대부분의 작품들은 오히려 자신의 수장에게 버림받고, 오히려 자신이 위장한 집단에서 자기를 아끼는 이들을 만난다.

'용호풍운'은 딱 그 접점을 잘 다룬다.

그 집단 모두 자신을 아끼는 사람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대의가 아니라 진짜 가족과 같은 마음으로.


완성도에 있어서는 후대에 나온 작품들이 좀 더 좋을지 몰라도, 인물들의 감정에 있어서는 비슷한 류의 작품 중에 가장 좋았다.

특히 젊은 시절의 주윤발의 매력이 어마어마한 작품이다.

액션은 성룡인데 감정은 장국영 같은 느낌이 들 정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