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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

광대를 위한 슬픈 발라드 (Balada Triste De Trompeta , The Last Circus , 2010)



그로테스크.
이 영화를 설명하기에 제일 좋은 단어이다.
시대극이자 에너지 넘치는 스릴러이다.

전쟁으로 인해 광대였던 아버지를 잃은 하비에르.
하비에르는 자라서 자연스럽게 아버지처럼 광대가 된다.
아버지가 죽기 전 자신에게 했던 '복수를 해라'라는 말을 가슴에 새겨놓은 채 광대가 된 하비에르.
하비에르는 같은 서커스단의 곡예사인 나탈리아를 사랑하게 된다.
그리고 나탈리아의 곁에는 또 다른 광대인 세르지오가 있다.

영화의 시작인 스페인 내전부터 마지막인 전몰자의 계곡까지.
이 영화는 스페인 근현대사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광대를 위한 슬픈 발라드'는 미치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독재 시대에 대한 이야기이다.

폭력을 일삼는 웃긴 광대 세르지오, 세르지오로부터 나탈리아를 구하려는 하비에르, 두 광대 사이에서 항상 피해자가 되는 나탈리아.
나탈리아는 하비에르에게 말한다.
당신은 남들과 달라요, 다른 서커스단원들은 모두 세르지오에게 굽신거리지만 당신은 그와 맞서싸운 유일한 사람이에요.
하비에르는 점점 나탈리아에게 집착하게 되고, 미쳐가게 된다.

프랑코 정권이 공화당과 싸우고, 그 과정에서 민중이 어떻게 대응하는지에 대한 이야기이다.
별 대안도 없이 나탈리아에게 집착해서 미쳐가는 하비에르, 세르지오에게 맞으면서도 세르지오 곁에 머무는 나탈리아의 태도는 감독이 스페인 정치에서 느끼는 회의감을 말하는 게 아닐까.

이 영화는 역사적 배경을 떠나서도 충분히 즐겁게 볼 수 있는 영화이다.
웃긴 광대와 슬픈 광대의 싸움, 그 사이에 머물고 있는 곡예사.
초현실적인 몇몇 장면들은 아마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

'광대를 위한 슬픈 발라드'는 한 시대가 개인을 어떻게 바꾸는지, 개인의 삶을 통해서 역사를 보여주는 영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