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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4

아수라 (阿修羅 , Asura : The City of Madness , 2016) 김성수 감독의 복귀작 '아수라'는 화려한 캐스팅을 자랑한다.영화 속 배우들 대부분의 그동안 자신들이 연기해 온 배역과 많이 다른 배역이 아니다.영화 속 유려한 액션장면들과 느와르 장르의 특성들은 김성수 감독의 것이라는 느낌보다 '신세계'의 제작사인 사나이픽쳐스의 색을 떠올리게 한다. 정우성의 나레이션은 과잉된 겉멋으로 느껴지고, 정우성의 욕하는 연기를 비롯해서 대사소화력은 아무리 좋게 봐도 어색하다.황정민은 절대악을 연기하려 하지만 '달콤한 인생'만 못하다고 느꼈는데, 캐릭터가 그만큼 세밀하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다.오히려 가장 돋보였던 것은 주지훈이었는데, 극이 전개되면서 가장 많이 입체적으로 변하는 캐릭터를 연기하기 때문이다. 이미 많이 봐온 서사, 익숙한 캐릭터, 많이 본듯한 액션, 과잉된 대사.그럼.. 더보기
덕혜옹주 (The Last Princess , 2016) 허진호 감독의 초기작을 좋아한다.'봄날은 간다'와 '8월의 크리스마스'는 합쳐서 10번도 넘게 보았다.학생 때는 이해가 안 되어서 당위성을 가지고 봤고, 지금은 문득문득 생각나서 보게 된다. 어느 순간부터였을까.허진호 감독이 타협하기 시작했다고 느껴졌고, 타협은 과잉을 부른다고 생각한다.그가 타협했다고 느껴지는 영화에서부터 그의 작품에 별 애정이 안 갔다. '덕혜옹주'도 내게는 썩 매혹적이지 못했다.영화 중반에 총상 당한 박해일을 손예진이 손을 비벼서 자기 채온으로 치유하려하는 그런 장면이 허진호 감독으로부터 보고 싶은 장면이다.표현은 최대한 절제하지만 숨길 수 없는 감정이 묻어나는 허진호 감독의 감성이 다시 보고 싶다. 서사에 있어서도 역사의식과 로맨스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느라 집중하기가 힘들다.보편의 .. 더보기
레고 무비 (The Lego Movie , 2014) '레고 무비'는 가장 이상적인 브랜드 광고이다.레고의 본질을 살려서 만든 영화이니 기업 입장에서는 이보다 좋은 브랜드 광고가 없을 것이다. 영화 후반부에 레고 자체에 대한 아이와 어른의 사유도 의미 있지만, 서사 자체도 매력적이다.레고의 특성을 적절하게 이용한 덕분에 서사에 독특함이 묻어난다. 토이스토리 시리즈가 자연스럽게 떠오른다.장난감, 그 중에서도 레고와의 추억이 많다.어릴 적에 레고의 세계 안에서 서사를 만들던 때나, 학교에서 소설을 쓸 때나, 지금 직장에서 마케팅이라는 이름으로 스토리텔링을 할 때나 항상 비슷한 일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레고를 만들던 당시의 나는 그 무엇도 제한을 두지 않았다.레고의 수가 부족했으면 부족했지, 이야기의 범위가 좁아서 걱정한 적은 없었던 것 같다.오히려 레고.. 더보기
트롤 (Trolls , 2016) 아카데미에 주제가상 후보로 오르고, 아카데미 오프닝에서 펼쳐졌던 저스틴 팀버레이크의 무대 때문인지 '트롤'에 정이 많이 간다.안나켄드릭, 저스틴 팀버레이크, 주이디샤넬의 목소리도 너무 좋았다. 나 자신의 진짜 색깔을 찾고, 음악이 세상을 바꾸고, 행복은 우리 곁에 있다는 지극히 일반적일 수 있는 메시지를 각종 설정들을 통해 영리하게 담아냈다.슈렉도 그렇지만 드림웍스는 요정이나 괴물 등 낯선 존재를 통해 메시지를 보낼 때 사랑스럽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