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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7/03

초인 (Overman , 2015) 윤종신의 '사라진 소녀' 뮤직비디오를 보면서 감탄했다. 뮤직비디오의 주연으로 등장한 채서진이라는 배우가 가진 이미지가 좋았기 때문이다. '초인'은 채서진이 나오기에 더욱 기대하고 봤다. 제목은 니체의 책인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의 구절에서 따왔다. 제목에서부터 예상가능하지만 문학이 꽤나 중요한 텍스트로 쓰인다. 문제는 이 영화가 단편영화도 단막극드라마도 아닌 영화라는 것이다. 과연 지금 이 영화의 깊이와 메시지가 장편영화에 적합할까. 이 영화가 예쁘게 느껴지는 이유는 전적으로 두 배우가 가진 고유의 매력 때문이다. 어색하거나 작위적인 대사가 많은데 오히려 배우의 매력으로 채워나간 부분이 많다. 두 사람의 감정선 또한 매끄럽게 진행되는 느낌보다는 갑작스럽게 진행되는 느낌이 더 크다. 문학이 쓰이는.. 더보기
탐정 홍길동 : 사라진 마을 (Phantom Detective , 2016) 조성의 감독의 단편 '남매의 집'은 한국단편 중에 손에 꼽을 만큼 걸작이다. '탐정 홍길동 : 사라진 마을'은 나처럼 조성희 감독을 그의 단편으로 기억하는 이들에게는 낯설게 느껴지는 영화일지도 모른다. 조성희 감독의 개성을 살렸다기보다 장르영화의 문법에 충실한 영화다. '씬시티' 연상시키는 화면, 느와르와 추리 장르의 다양한 요소들을 잘 섞어두었다. 대부분의 기획된 영화들은 이러한 도전을 했을 때 굉장히 뻔해지기 쉬운데, 조성희 감독은 무척이나 짜임새 좋은 장르영화 한 편을 만들어냈다. 데우스엑스마키나가 될뻔한 마지막도 영화 초반부터 주기적으로 깔아놓은 복선 덕분에 제법 설득력을 가진 마무리가 되었다. 캐릭터와 플롯에 많이 신경 썼다는 것이 영화 전반에 묻어난다. '탐정 홍길동 : 사라진 마을'은 엄청난.. 더보기
계춘할망 (Canola , 2016) 착한 영화의 완성도가 낮으면 마음이 아프다. 영화의 미덕은 착한 것이 아니라 잘 만든 것이다. 착한 것이 영화의 덕목 중 하나라면 사람들이 열광하는 영화장르 대부분은 사라져야할 것이다. 착하다는 감정조차도 영화가 되려면, 그 감정을 면밀하게 짜임새 있게 그려내야 한다. '계춘할망'은 작위적이고, 신파적이고, 이미 수없이 봐온 이야기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의 러닝타임을 견디게 하는 것인 윤여정이라는 배우의 힘이다. 내게 윤여정은 강한 여자의 이미지인데, 그녀가 아예 신파극에 나오는 할머니로 나와버리니 마음이 아플 수 밖에 없었다. 윤여정이 작정한다면 울지 않고 버틸 도리가 없다. 김고은의 연기가 어색하다고 하는 이들이 많은데, 김고은이라는 신인배우가 자신의 색깔을 찾기 위해 여러 장르에 도전하고 .. 더보기
필름시대사랑 (Love and... , 2015) 장률 감독의 '경주'를 재밌게 봤다. 굉장히 위트있고 좋은 이미지들이 많은 영화였다. '필름시대사랑'은 지금 멀티플렉스에서 상영 중인 일반 상업영화와는 완전 다른 방식으로 진행된다. 장뤽고다르의 영화를 연상시키는, 서사 없이 각각의 장면들이 따로 전개되는 영화다. 단편적인 장면들은 매력이 있을지 몰라도, 연결성을 가진 것이 아니다보니 이런 식의 문법에 익숙하지 않은 관객들에게는 한없이 난감하게 느껴질 것이다. '필름시대사랑'은 장률 감독이 필름에 대한 애정을 말하는 영화다. 하지만 낯설게 느껴지는 것이 사실이다. 형식을 파괴하는 방식은 다양하다. 내게 '필름시대사랑'의 방식은 썩 매력적으로 보이지 않는다. 장뤽고다르는 영화사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 중 하나이지만, 난 의무감을 가지고 그에게 찬사를 보낼 생..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