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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0

챔피언 프로그램 (The Program, 2015) 영등포 CGV에서 시사회로 봤다. 표 수령하는데 내 이름이 없어서 확인해보니, 회원정보 쓸 때 이름을 막 써서 '훼훼훼'로 되어있었다. 무척이나 민망했다. 로튼토마토지수를 보니 점수가 거의 절반 수준이고, 스티븐프리어스 감독의 영화가 걸작일 것이라고는 기대 안 해서 아마 시사회가 아니었다면 안 봤을 것 같다. 그리고 나의 예상과 달리 꽤나 흥미로운 영화였다. 영화 제목인 '챔피언 프로그램'과 포스터의 카피를 봐도 예상되지만, 챔피언이 되기 위해 약물을 사용했던 싸이클선수 랜스 암스트롱에 대한 이야기이다. 싸이클에 대해 전혀 몰라도, 한 개인의 욕망과 결과주의에 대한 이야기이기에 충분히 매력적으로 볼 수 있다. 실제 사건 자체가 흥미로운데, 거기에 영화적 리듬을 어떻게 가져갈지가 중요했을텐데 이 정도면 충.. 더보기
이소라 - 너에게 아직 나는 작지만 이미 정해진 길도 있지만 머리 숙이며 난 기다려 왔어 안녕 다 놀라지 마 재로 묻어 둔 푸른 꿈들은 오래전 너와 나의 기도였잖아 지친 날개를 고쳐 숨겨 접은 건 변한 게 아닌 걸 알잖아 오늘 나는 다른 하늘 날을래 나도 모를 다른 나를 찾을래 너라는 큰 힘이 내게 있어 오 그래 너는 나의 조금 간절한 인사야 잘은 모르겠지만 다들 웃는 말로 막겠지만 이날이 오기를 난 기다려 왔어 안녕 더 붙잡지 마 눈물로 깨물은 분의 나날들 굳은 다짐으로 이겨 나갈게 고마워 너는 멈춰선 나를 깊은 잠에서 깨웠잖아 이제 나는 다른 하늘 날을래 나도 모를 다른 나를 찾을래 너라는 큰 힘이 내게 있어 오 그래 너는 나의 조금 간절한 인사야 오늘 나는 하늘 날을래 나도 모를 다른 나를 찾을래 너라는 큰 힘이 내.. 더보기
홀리 모터스 (Holy Motors, 2012) 진짜 나에 대해 설명하라고 할 때 굉장히 난감하다. 내가 연기하고 있다는 생각을 자주 한다. 다자이오사무의 '인간실격'에 나온 것처럼 익살을 부리며 사는 것은 아닐까. 그런 내게 진짜 내가 뭐냐고 물으면 난 가장 먼저 떠오른 역할에 대해 말한다. 나는 이런 사람이야, 라는 말은 지금의 내가 이런 역할을 제일 능숙하게 소화한다는 말이기도 하다. 세상 모든 이들은 배우이다. 모두들 역할극을 하고 있다. 누군가의 부모 혹은 자식 혹은 상사 혹은 친구 혹은 지나가는 행인 혹은 첫사랑 등등. 태어나자마자 부여받은 역할도 있고, 따내기 정말 힘든 역할도 있다. 관계 또한 마찬가지이다. 우리는 역할극을 통해 사람을 만난다. 어떤 역할을 가지고 어떤 현장에서 만났냐에 따라 관계가 크게 달라지곤 한다. 지금도 우리는 역.. 더보기
종이달 (紙の月, Pale Moon, 2014) 친구들을 만났다. 우린 무엇을 했나 생각해본다. 우린 추억을 만들었다. 무엇인가를 했고 우리는 그것을 추억이라고 불렀다. 무엇을 했는지 생각해보니 그것은 '소비'였다. 우리는 소비를 했고, 소비를 추억이라고 말했다. 모든 것에 소비가 필요하고 소비가 추억이 되는 시대이다. 세상에서 가장 손쉽게 추억을 만드는 법. 소비를 하는 것이다. 아니, 세상에 존재하는 거의 모든 일은 소비의 범위 안에 존재한다. 휘발적이라고 쉽게 말하기에는, 살아남는 것 자체가 기적에 가까운 세상에서 소비만이 단기간에 행복을 보장하는 장치라고 말하는 이들이 존재한다. 소비를 비판하는 순간조차도 소비가 필요하다. 소비로 인한 행복을 가짜라고 부르기에는, 그것은 너무 강력한 가짜가 되어버렸다. 진짜를 이겨버린 가짜. 그 순간 우리는 개..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