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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3/04

아직은 겨울, 어쩌면 계속 1. 라면 기숙사 살던 시절에는 편의점 음식으로 하루 세 끼를 먹었다. 덕분에 지금도 컵라면을 안 먹는다. 삼각김밥은 너무 많이 먹어서 먹다가 토한 적도 있다. 컵라면을 포함한 편의점 음식 대부분을 먹지 않는다. 지금은 딱히 라면에 대한 혐오감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건강을 생각해서 라면을 안 먹고 있다. 한 달에 한 번 정도 먹는다. 주로 힘든 일이 있으면 먹는다. 힘들면 건강에 안 좋은 음식이 먹고 싶다. 기분이 안 좋으면, 몸에도 안 좋은 음식을 쏟아줘야 정신과 육체가 공평해짐을 느낀다. 완벽하게 더러워진 나 자신을 바라보고 인정한다. 나 진짜 더러운 놈이구나. 그렇게 인정하고, 바닥을 치고, 고쳐나간다. 여전히 바닥이고, 고쳐나가고 있다. 새벽에 눈이 떠졌고, 문득 라면이 먹고 싶어졌다. 잠이 식.. 더보기
나이트크롤러 (Nightcrawler, 2014) 연말에 나오는 올해의 영화 리스트를 챙겨 보는 편이다. 2014년의 영화로 '나이트크롤러'를 뽑은 매체가 워낙 많았기에 보게 되었다. 각본가 출신인 댄 길로이의 연출데뷔작인데, 데뷔작이라는 것이 무색할만큼 밀도 있는 짜임새를 자랑한다. 댄 길로이 감독의 부인인 르네 루소의 연기도 좋고, 리즈 아메드의 연기도 인상적이지만, 이 영화는 제이크 질렌할의 영화이다. 제이크 질렌할은 꽃미남 같은 얼굴을 하고서도 필모그래피 대부분을 어두운 영화로 채우고 있는 배우이다. 항상 제이크 질렌할을 보면서 묵직한 느낌의 짐캐리처럼 생겼다고 느꼈는데, '나이트크롤러' 속 제이크 질렌할은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에서 하비에르 바르뎀이 연기한 안톤 시거를 연상시킨다. 안톤 시거가 절대적인 악의 상징이라면, 제이크 질렌할이 연.. 더보기
쿼바디스 (QUO VADIS, 2014) 내겐 잊지 못할 추석이 있다. 추석 전이었고, 한 목사의 성추행 기사를 블로그에 포스팅했다. 추석연휴를 맞이했고, 블로그에 악플이 달렸다. 연예인이 악플 때문에 자살하는 이유를 알게 되었다. 물론 죽고싶다는 생각보다는 이들을 다 쫓아가서 찢어죽이고 싶다는 생각이 더 컸다. 감기도 잘 안 걸리는 나였지만, 악플 때문에 며칠을 앓았다. 기독교 학교를 8년 동안 다녔다. 매일 아침마다 예배를 드렸고, 종교수업을 따로 받았고, 선생님을 따라서 주말에는 교회도 따로 다녔다. 이 시기에, 종교와 정치가 맞물려 발전했던 역사가 지금까지도 계속되고 있음을 몸으로 느끼게 되었다. 김재환 감독은 기독교인이다. 그는 자신의 종교인만큼 더 가열차게 비판한다. 그의 전작인 '트루맛쇼'를 볼 때도 그의 용기에 감탄했다. 가장 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