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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진호

덕혜옹주 (The Last Princess , 2016) 허진호 감독의 초기작을 좋아한다.'봄날은 간다'와 '8월의 크리스마스'는 합쳐서 10번도 넘게 보았다.학생 때는 이해가 안 되어서 당위성을 가지고 봤고, 지금은 문득문득 생각나서 보게 된다. 어느 순간부터였을까.허진호 감독이 타협하기 시작했다고 느껴졌고, 타협은 과잉을 부른다고 생각한다.그가 타협했다고 느껴지는 영화에서부터 그의 작품에 별 애정이 안 갔다. '덕혜옹주'도 내게는 썩 매혹적이지 못했다.영화 중반에 총상 당한 박해일을 손예진이 손을 비벼서 자기 채온으로 치유하려하는 그런 장면이 허진호 감독으로부터 보고 싶은 장면이다.표현은 최대한 절제하지만 숨길 수 없는 감정이 묻어나는 허진호 감독의 감성이 다시 보고 싶다. 서사에 있어서도 역사의식과 로맨스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느라 집중하기가 힘들다.보편의 .. 더보기
호우시절 (好雨時節, A Good Rain Knows, 2009) 연애에 대한 기억의 차이 때문일까. 밋밋하고 심심했다. 차라리 원래 기획한 대로 단편으로 찍었다면 어땠을까. 청두의 예쁜 풍경을 보는 것은 좋았지만, 영화의 여백으로 느껴지는 그 풍경들을 난 그리 예쁘게 채우지 못했다. 반전이랍시고 던져지는 부분과 해결이라고 던져지는 부분이 갑작스러웠던 것도 너무 많은 여백 때문이 아니었을까 싶다. 두 남녀배우가 선남선녀라서 보는 재미는 쏠쏠하지만 제일 좋았던 배우는 김상호이다. 물론 김상호는 어떤 영화에 나와도 씬스틸러이다. 제일 좋았던 장면은 팬더가 나오는 장면이다. 이 영화를 보고 연애를 하고 싶다는 생각보다, 돼지내장탕 맛이 어떨까라는 생각보다, 청두의 풍경보다도 팬더가 보고 싶어졌다. 팬더가 무엇인가를 맛있게도 씹어먹는데 어찌나 귀엽던지. 영화 속 멜로라인이 그.. 더보기
봄날은 간다 (One Fine Spring Day, 2001) '봄날은 간다'의 첫인상은 그리 좋지 않았다. 연애라는 단어가 그리 무게감 있게 다가오지 않던 고등학교 때 보았기 때문일 것이다. 한 번 본 것도 아니다. 두 번, 세 번 계속해서 반복해서 보았다. '8월의 크리스마스'도 마찬가지이다. 내게 허진호 감독의 초기작 두 편은 숙제와도 같은 영화이다. 좋은 멜로, 공감해야만 하는 멜로처럼 느껴졌다. 남들도 느끼는 그 공감의 감정을 나도 느끼고 싶어서 계속해서 보았지만 두 영화 모두 내게는 별 감흥 없었다. 이제 개봉한지 10년도 더 된, 2001년도 작품인 '봄날은 간다'를 다시 보게 되었다. 2000년도가 낯설게 느껴진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10년 전이라는 사실이 믿기지가 않는다. 여전히 내게는 별 공감 안 되는 영화로 낙인 찍힌 이 영화가 지금의 내게는..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