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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도연

무뢰한 (The Shameless , 2014) 적과 사랑에 빠져버린다는 것은 흔한 설정이다.그러므로 특별하기 어렵지만 '무뢰한'은 거의 교과서에 가까울만큼 완벽하게 그 설정을 극대화해서 탁월하게 보여준다. 영화는 내내 숨긴다. 과잉된 부분도 거의 없고, 대사조차 절제하기 때문에 오히려 두 중심인물 외에 인물들이 개입되는 순간 그들의 일상적인 몸짓과 대화들이 과하게 느껴지기까지 한다.정서적으로 지친 두 남녀가 계속 함께하기 때문에 오히려 그들의 정적인 상태에 몰입해서 그들이 더 자연스럽게 느껴진다. 조연인 김민재의 연기도 좋았고, 김남길은 필모그래피에서 가장 빛나는 작품을 새겨냈다.영화에서 가장 울림을 주는 연기는 전도연이 보여준다.이젠 더 이상 불행한 캐릭터의 그녀를 보고 싶지 않을만큼 그녀는 '무뢰한'에서도 절절하다. 영화에서 가장 울림이 컸던 장.. 더보기
남과 여 (A Man and A Woman , 2015) 주변에서 엄청난 혹평을 퍼부었다. 봐야하나 망설였지만 그래도 이윤기 감독과 두 주연배우, 배경인 핀란드를 믿고 봤다. 핀란드의 눈, 사우나, 긴 겨울 등의 배경은 캐릭터들의 사랑을 설명하기에 좋은 배경이었다. 다만 영화의 기본설정이 불륜이다보니 영화를 무작정 비판하는 이들이 많다. 그러한 식의 비판은 영화를 정치적 성향을 가지고 비판하는 것과 똑같다고 본다. 영화는 오로지 완성도로 평가받는다. 불륜을 다루고 있는 고전들은 넘치고 넘친다. 이윤기 감독의 감정선은 여전하다. 심지어 불친절함도 예전보다 덜하다. 전도연은 비극적 사랑의 여주인공으로 참 자주 등장해서 그녀의 행복을 보고 싶다. 공유는 자신의 필모그래피를 어떻게 가치있게 채워야할지를 잘 알고 있다. 사람은 계속해서 변한다. 가치관도 신념도. 오늘 .. 더보기
하녀 (The Housemaid, 2010) '블루벨벳'에서 잘린 귀를 찾던 장면을 떠올리는 오프닝이다. 은이는 지금 막 자살을 시도하려는 여자의 사연을 궁금해한다. 그리고 결국 자신이 그 사연의 주인공이 된다. '형사'를 봤을 때와 비슷하다. 다들 이명세 감독의 '형사'가 별로라고 해서 안 보다가 수업 시간에 우연히 보았고, 내 인생 최고의 영화가 되었다. 임상수 감독의 '하녀'도 주위 사람들이 별로라고 해서 미루고 있다가 '돈의 맛' 시사회 가기 전에 급하게 보았는데, 이렇게 좋을 줄이야. 임상수 감독의 삐뚤어진 시선이 좋다. 어느새 임상수하면 떠오르는 화려한 세트와 미술도 좋다. 그리고 무엇보다 욕망에 가득한 인물들, 극단을 통해서 이끌어내는 보편성은 정말 탁월하다. '돈의맛'에서 김효진이 맡은 역할 이름은 나미이다. 물론 '하녀' 속 나미와.. 더보기
해피엔드 (Happy End, 1999) 정지우 감독의 신작 '은교'는 '모던보이'와 마찬가지로 소설이 원작이다. 그의 감각이야 항상 좋아했지만, 난 그가 자신의 원안을 가지고 영화를 찍었으면 좋겠다. 내게 여전히 그의 최고작은 '해피엔드'이다. '사랑니'는 너무 추상적인 영화여서 대중들에게는 그리 친절한 작품이 아니다. '해피엔드'는 단순한 치정극의 스토리임에도 스릴러와 멜로의 힘을 모두 가지고 있는 작품이다. 전도연이 아이 분유에 수면제를 타고, 최민식이 분유 속 개미를 발견한 뒤 벌어지는 일련의 시퀀스는 지금 봐도 예술이다. 작품마다 항상 세련된 영상을 보여주는 정지우 감독인데, 시나리오에 있어서 각색이 아니라, 그의 원안 시나리오를 보고 싶다. 기대한다, 좋아하는 감독들의 신작이 나올 때마다 그의 신작이 그의 최고작이 되기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