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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예모

귀주 이야기 (秋菊打官司 , The Story Of Qiu Ju , 1992) 대한극장에서 장예모 특별전 마지막으로 본 영화. 오늘부로 드디어 네 편 모두 봤다. 특별전으로 재개봉한 영화를 이렇게 열심히 챙겨본 게 처음이다. 아마 코로나 때문에 그동안 극장에 못 가다가 극장의 즐거움을 오래 느꼈기 때문일까. 일주일만에 간 대한극장인데 코로나 때문에 입구에서부터 온도 체크하고 사진 찍고 자동소독기 같은 걸 거쳐서 지나간다. 예매 때는 3관으로 적혀있었는데 상영관이 6관이어서 늦을 뻔 햇다. 다행히 어제 먼저 갔던 분이 자기가 이런 이슈가 있었다고 공유해줘서 다시 확인한 덕에 시간에 맞춰서 들어갔다. 여성이 주인공일 때 보통 통념에 있는 여성의 특성을 내세우는 경우가 많은데, '귀주 이야기'는 그렇지 않다. 오히려 영화 통틀어서 성별 상관없이 가장 우직하고 상식적인 사람이 귀주다. '.. 더보기
인생 (活着 , Lifetimes , 1994) 그야말로 '인생'이다. 네이버에 있는 예전 포스터에 '대한극장'이라고 써있는 게 재밌다. 재개봉한 곳이 대한극장이었으므로. 어르신들이 많이 오는 극장이라, 영화 시작 전부터 어르신들끼리 싸워서 시끄러웠으나 다행히 상영 시작하고는 조용했다. 어제 본 '붉은 수수밭'과 마찬가지로 가족에 대한 부분이 얽히면서 안 울 수 없었다. 마스크 쓰고 영화 보는데 마스크가 축축해지는 건 그리 유쾌하지 않지만, 극장이 아니면 어디서 울까 싶다. 갈우와 공리 두 배우의 얼굴에 거의 모든 시대가 다 보이는 게 신비로웠다. 중국 근현대사를 다 볼 수 있는 영화다. 한국 근현대사를 담은 '박하사탕'이 떠올랐는데, '인생'이 훨씬 밝은 톤이라 보기는 편했다. 위화의 원작소설은 훨씬 더 암울하다고 해서 원작소설은 보기가 싫어진다. .. 더보기
붉은 수수밭 (紅高梁 , Red Sorghum , 1988) 포스터가 이미 너무 많은 내용을 암시하고 있다. 그러나 포스터조차도 유심히 안 보고 장예모 영화를 닥치는 대로 예매해서 봤기에 내용은 전혀 모르고 봤다. 오랜만에 극장에서 울었다. 마지막 장면에서 울지 않는 건 거의 불가능해보였다. 1시간 30분의 러닝타임이 너무 빠르게 느껴져서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때 놀랐다. 앞부분 30분 정도는 시트콤처럼 흘러간다. 뒷부분에 일본군이 등장하는 장면부터는 잔혹한 현실 때문에 보기가 힘들었다. 다소 거칠게 만들어진 구석이 있지만, 붉은 수수밭과 고량주의 붉은 빛과 햇살 등의 이미지가 워낙 인상적이라 넋을 놓고 보게 된다. 게다가 이게 데뷔작이라니. 88년에 놀라운 데뷔작이 나왔다는 걸 알게 되었다. 이제 예매해둔 장예모의 두 작품을 더 보고, 최근에 재개봉한 다른 작품.. 더보기
홍등 (大紅燈籠高高掛 , Raise The Red Lantern , 1991) 코로나 이후로 처음으로 극장에 갔다. '1917'처럼 보고 싶었으나 참았던 작품이 있었는데, 이번에는 가야겠다 싶었다. 장예모의 '영웅'을 좋아하는데 그의 초기작들은 이왕이면 스크린으로 보고 싶었다. 지금 아니면 안 보겠다 싶기도 했고. 큰 스크린에서 보는 건 특별한 경험이니까. 오랜만에 가는 극장이라 그런지 보는 내내 가슴 벅찼다. 게다가 공리는 존재만으로도 아름다웠다. 장예모의 사회비판은 공리를 통해 더욱 절절하게 다가왔다. 극장이기에 울컥한 장면도 존재한다. 집이었다면 그러려니 했을 장면. 일단 첫 번째 부인의 큰 아들이 부는 피리소리에 이끌려 올라갔다가 만난 뒤 서로 다른 방향으로 나가는 장면을 멀리서 촬영하는데 그 상황에서 모든 것이 느껴졌다. 또래 사람을 만나지 못하고 팔리듯 결혼 온 여자의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