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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익

동주 (DongJu; The Portrait of A Poet , 2015) 시가 어려운 세상이다.무슨 말인지도 모르는 시가 시로 불리기도 한다.언어 자체를 감각하는 것도 가치 있는 일이지만, 한눈에 읽을 수 없는 시는 당황스럽다. 내게 최고의 시는 쉬운 시다.시를 전공했음에도 시를 더 이상 쓸 수 없다고 느낀 이유는 오히려 전공이 된 이후로 쉬운 시는 쉽다고 비난 받고, 내가 무슨 말을 쓴지도 모르는 아무말 대잔치의 시가 칭찬을 받을 때가 있어서다.교과서에 있는 시들을 보면서 시를 배웠고, 여전히 그 시들이 최고라고 생각한다. 윤동주의 '서시'는 가장 아름다운 시다.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언어인데 그 안에 감정은 촘촘하게 박혀있다. 윤동주의 생애에 대해 모르는 부분이 더 많았다.송몽규라는 사람이 그의 옆에 있었기에 그가 더 많은 자극을 받았음을 '동주'를 본 뒤에야 알았다.송몽.. 더보기
변산 (Sunset in My Hometown , 2017) 동대문 메가박스 시사회로 보고왔다.결론부터 말하자면 만족스러웠다.이준익 감독이 그려내는 청춘이 전형적일까봐 걱정했는데, 오히려 전혀 기대를 안 하고 봤기에 더 좋았다. 장르는 코미디에 가깝다.성장, 청춘에 대한 드라마이긴 하지만 이 영화의 매력은 유머에 있다.서사에 있어서 뻔하고 예상가능한 부분조차도 웃느라 자연스럽게 넘어간다. 캐릭터의 매력이 컸다기보다 배우의 매력이 큰 영화다.박정민, 장항선 등 늘 제 몫을 해주는 배우들의 연기뿐 아니라 고준, 김준한, 신현빈 등 조연캐릭터들의 연기가 특히 좋았다.영화의 등장하는 거의 모든 배우들이 가진 매력이 커서 캐릭터의 단점까지 채워주는 느낌이 들었다.김고은은 장면마다 연기의 편차가 느껴졌는데, 무엇인가에 푹 빠져서 즐거워하는 캐릭터를 연기하면 좋겠다고 느꼈다... 더보기
사도 (The Throne, 2014) 잘 알려진 역사적 사건을 영화로 만든다. 이때의 관건은 결국 알려진 사건을 어떻게 풀어낼지 기획하고 형식에 있어서 어떤 특이점을 만드냐일 것이다. 이준익 감독과 항상 함께 작업해온 최석환 작가 대신 주로 제작과 기획을 해온 이들이 시나리오를 썼다는 것도 흥미롭다. 널린 알려진 역사적 사건을 다룬 영화이지만 충분히 흥미롭다. 현재와 미래를 어느 시점에서 교차시키느냐가 관건이었을 텐데, 감정선에 맞춰서 플래시백이 적절하게 사용되었다. 흥미로운 영화이지만 후반부에 정조가 성장한 뒤부터 나오는 에필로그 부분은 사족으로 느껴졌다. 젊은 배우들에게 어색한 분장을 시키는 것보다 아예 노년의 배우를 등장시키는 것이 나았을 것 같다. 영조와 정조가 계곡에서 대화나누는 부분에서 영화가 끝났다면 훨씬 깔끔하지 않았을까. 이.. 더보기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 운좋게도 시사회에 가게 되어서 개봉 전에 보게 되었다. 서울극장에서 보았는데, 아이러니하게도 내가 서울극장에서 마지막으로 본 영화는 이 영화의 감독인 이준익의 작품인 '님은 먼곳에'였다. 누군가 내게 이 영화에 대해서 묻는다면 황정민의 연기가 돋보이지만 그 외에는 그냥 평범한 평작이라고 대답하고 싶다. 백성현은 주인공임에도 불구하고 현대적인 대사톤이 전체적인 극의 분위기와 이질적으로 느껴지고, 한지혜의 캐릭터는 사족처럼 느껴진다. 황정민의 연기는 압도적일만큼 좋았다. 이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시대상황을 비롯해서 허무주의에 젖은 채로 전개되는데, 과연 이런 식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야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충분히 많은 메시지를 남길 수 있는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균형을 맞추지 못한 캐릭터들과 뻔한 이야기..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