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이자벨위페르

피아니스트 (La Pianiste , The Piano Teacher , 2001) 미하엘 하네케는 비극을 아무 예고도 없이 툭하고 보여준다.원작 '피아노 치는 여자'를 읽고 보는 게 인물들의 전사를 유추하기에도 좀 더 좋다.적절하게 각색되었지만, 그럼에도 소설 원작을 봤기에 좀 더 풍부하게 느껴지는 부분이 존재한다. 엄마의 욕망을 대신 실행하는 딸, 엄마의 기대에 부흥하는 것과 자신의 솔직한 욕망 사이에서 갈등하는 딸, 사랑하고 싶으나 이미 남들과 다른 식으로 자라난 사랑의 방식 등 여러가지 욕망의 축이 동시에 진행된다.이자벨 위페르는 이 다양한 감정들을 수용하기 위해 어떤 생각을 했을까.같은 무표정 안에서도 비어있는 얼굴과 채워진 얼굴이 있다.훗날 시간이 지나 '엘르'를 찍을 때 무슨 생각이 들었을까.묘하게 대칭을 이루는 캐릭터다. 브느와 마지멜도 칸에서 이자벨 위페르와 나란히 주연.. 더보기
클레어의 카메라 (La camera de Claire , Claire's Camera , 2016) 홍상수 영화에서 늘 죽음이 보인다고 느낀 건 인물들이 자신의 권위와 상관없이 미친듯이 기본적인 욕망만 쫓기 때문이다.마치 금방이라도 죽을 것 같은 사람처럼.그런데 '밤의 해변에서 혼자'는 피사체에 대한 애정과 함께 연출자가 전면에 나오는 느낌이 들고, 죽음이 아예 노골적으로 캐릭터로 등장한다.'클레어의 카메라'도 비슷하다.피사체에 대한 애정은 그래도 다른 인물로 제법 분산되어서, 연출자의 편애에 가까운 애정의 시선은 좀 덜하다.그러나 후반부에 장미희 캐릭터의 지나간 언어가 아예 프레임 안에 다시 등장하는 장면은 당혹스러웠다.홍상수의 노골적인 면은 캐릭터의 대화 속에 섞일 때 좋지, 이런 식으로 등장하는 건 내가 그를 좋아하는 이유와 거리가 멀다. 중간에 장미희와 정진영이 둘의 관계에 대해 나누는 대화는 .. 더보기
엘르 (Elle , 2016) 폴버호벤을 보면 여러가지 생각이 든다.마치 청소년 시절에 자국리그에서 유망한 공격수였다가 큰 리그에 가서 자신에게 잘 맞는 포지션이 아닌 미드필더까지 맡으며 고군분투하다가 자국에 와서 다시 살아난 거장의 느낌.물론 그가 '로보캅', '토탈리콜', '원초적본능' 등 헐리우드에 남긴 장르영화의 족적은 굉장한 것이다. 폴버호벤과 마찬가지로 네덜란드 출신인 공격수 카윗이 떠올랐다.리버풀에서 헌신적인 윙으로 활동했지만 사실 그는 득점왕 출신의 공격수이고, 결국 고국으로 돌아와서 은퇴시즌에 페예노르트에서 리그우승을 달성하며 자신의 커리어 첫 리그우승 트로피를 받게 된다. '엘르'는 칸영화제에서 무관에 그쳤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굉장히 완성도 높은 영화이다.최근 내게 가장 큰 이슈는 예술의 '정치적 올바름'이다.이 영..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