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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완브렘너

트레인스포팅 (Trainspotting , 1996) 대니 보일의 작품 중 가장 알려진 작품이지만, 내 취향에서는 다른 작품들이 좀 더 끌리기는 한다. 하루동안 그의 작품을 네 편 연달아서 봐서 판단력이 흐른 상태이긴 하다. 며칠 영화에 대한 감상이 식고 나면 나름의 기준이 명확해질 거다. 좌약형 마약을 찾아 변기통 속으로 헤엄치거나, 마약을 끊으려고 집에 갇혀서 각종 환각에 시달리는 장면은 명성 만큼이나 좋았다. 그러나 가장 좋았던 건 후반부에 돈가방이 등장한 이후부터다. '쉘로우 글레이브'의 감성이 떠올라서 더 좋기도 했고. 이완 맥그리거를 비롯해서 패거리를 연기한 배우들의 연기가 하나 같이 좋았다. 후속편에 대해서는 혹평이 더 많지만, 20년 뒤에 찾아온 속편은 팬서비스로서 최고가 아닐까 싶다. 며칠 차이를 두고 본다면 그 세월이 무색하게 느껴지려나... 더보기
네이키드 (Naked, 1993) 마이크 리 감독의 '세상의 모든 계절'은 의심의 여지 없는 걸작이다. 그러나 '네이키드'는 호불호가 갈릴 만한 작품이다. 보는 내내 제임스 조이스의 소설 '젊은 예술가의 초상'이 떠올랐다. 딱히 공통점이 있는 건 아니다. 걸작이라고 하지만 내겐 와닿지 않고, 인물에 정이 안 가는 작품이다. 굳이 이 영화의 의미에 대해서 찾아보자면, 희망이 없는 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이 방황하는 이야기다. 진지한 대신 농담과 궤변만 늘어놓고, 의미 없는 섹스가 이어진다. 폭력이 난무하는데 방치된다. 이런 풍경이 세태를 잘 보여줬다는 느낌보다는 과하다는 느낌이 더 크다. 인물들에게 연민이 안 생기고 짜증났다. 특히 조니의 태도는 절망적인 시대상과 상관 없이 예의없이 느껴진다. 타인에게 예의없이 구는 게 시대를 핑계로 용인되는..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