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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여정

하녀 (The Housemaid, 2010) '블루벨벳'에서 잘린 귀를 찾던 장면을 떠올리는 오프닝이다. 은이는 지금 막 자살을 시도하려는 여자의 사연을 궁금해한다. 그리고 결국 자신이 그 사연의 주인공이 된다. '형사'를 봤을 때와 비슷하다. 다들 이명세 감독의 '형사'가 별로라고 해서 안 보다가 수업 시간에 우연히 보았고, 내 인생 최고의 영화가 되었다. 임상수 감독의 '하녀'도 주위 사람들이 별로라고 해서 미루고 있다가 '돈의 맛' 시사회 가기 전에 급하게 보았는데, 이렇게 좋을 줄이야. 임상수 감독의 삐뚤어진 시선이 좋다. 어느새 임상수하면 떠오르는 화려한 세트와 미술도 좋다. 그리고 무엇보다 욕망에 가득한 인물들, 극단을 통해서 이끌어내는 보편성은 정말 탁월하다. '돈의맛'에서 김효진이 맡은 역할 이름은 나미이다. 물론 '하녀' 속 나미와.. 더보기
하하하 두 남자가 만나게 되고, 그 둘은 둘 다 지난 여름에 통영에 있었음을 알게 되고 함께 막걸리를 마시며 통영에서 있었던 일에 대해서 대화한다. 난 홍상수를 '해변의 여인'으로 만났다. 그 당시 그의 영화에 대해서 별 감흥이 없었다. 그의 영화가 좋아진 것은 '잘 알지도 못하면서' 때부터였다. 캐릭터들이 하나같이 모두 귀여웠다. 그가 보여준 사람들간의 관계도 흥미로웠다. 이 두 편 사이의 간격은 그리 길지 않았다. 그 사이에 내게 특별히 많은 일이 일어난 것도 아니다. 다만 이런 생각이 들었다. 전에는 내가 속물이라고 욕하고 경계하던 사람들을, 이제는 나도 속물이고 저 사람들과 결국 똑같은 놈이니까라고 체념하고 웃어버리는 것이 아닐까. '하하하'의 홍상수는 여전하다. 이렇게 현실적인 로맨틱 코미디를 홍상수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