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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준상

지금은맞고그때는틀리다 (Right Now, Wrong Then , 2015) 정재영이 홍상수 영화와 정말 잘 어울린다는 걸 확인한 영화다.술 취해서 대화로 핑퐁하는 부분의 리듬이 너무 좋았다.다만 같은 상황에 대한 다른 반응을 앞뒤에 배치했는데, 뒷부분의 초반은 설정상 필요했지만 루즈하게 느껴졌다.김민희의 연기는 '밤의 해변에서 혼자'보다 이 작품이 더 낫다고 보고, 적은 분량임에도 고아성의 존재감이 컸다. 늘 그의 영화보고 궁금한건데, 진짜 술자리에서 이렇게 대화하는 사람이 있을까. 더보기
북촌방향 (The Day He Arrives, 2011) 항상 의문이다. 난 '해변의 여인'부터 시작해서 홍상수의 영화를 보았다. 점점 그의 영화가 좋아졌다. 내가 나이를 먹는 것인지, 속물이 되어가는 것인지, 영화를 자세히 보게 된 것인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홍상수 영화를 재미있게 본다는 것이 내게는 그리 기분 좋은 일이 아니었다. 왠지 단숨에 어른이 된 기분이 들었기 때문일 것이다. 홍상수의 영화가 좋은 이유 중에 하나는 평론가들에게도 홍상수의 영화는 좋은 텍스트이기 때문이다. 씨네21에서 홍상수 영화를 보고나서 그의 영화에 대한 평론들을 찾아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좋은 텍스트인만큼 좋은 평론글들이 많이 나오기 때문이다. 내게 홍상수는 항상 우연을 말하는 감독이다. 개연성 대신 우연으로 묶인 이야기, 아니 이야기라고 하기도 모호하다. 서사보다는 정서로 진행된.. 더보기
하하하 두 남자가 만나게 되고, 그 둘은 둘 다 지난 여름에 통영에 있었음을 알게 되고 함께 막걸리를 마시며 통영에서 있었던 일에 대해서 대화한다. 난 홍상수를 '해변의 여인'으로 만났다. 그 당시 그의 영화에 대해서 별 감흥이 없었다. 그의 영화가 좋아진 것은 '잘 알지도 못하면서' 때부터였다. 캐릭터들이 하나같이 모두 귀여웠다. 그가 보여준 사람들간의 관계도 흥미로웠다. 이 두 편 사이의 간격은 그리 길지 않았다. 그 사이에 내게 특별히 많은 일이 일어난 것도 아니다. 다만 이런 생각이 들었다. 전에는 내가 속물이라고 욕하고 경계하던 사람들을, 이제는 나도 속물이고 저 사람들과 결국 똑같은 놈이니까라고 체념하고 웃어버리는 것이 아닐까. '하하하'의 홍상수는 여전하다. 이렇게 현실적인 로맨틱 코미디를 홍상수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