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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비포 미드나잇 (Before Midnight , 2013) 비포 시리즈의 마지막을 미뤄두고 살았다. 과연 잘 마무리하는 게 가능할까 싶었는데, 가장 탁월한 마무리였다. 크레딧을 보고 놀랐는데, 그리스인 부부로 나오는 이들 중 아리아드니를 연기한 이가 아디너 레이첼 창가리였다. 요르고스 란티모스의 프로듀서이자 자신의 작품도 있는 감독인데 그리스를 로케이션으로 한다고 직접 출연까지 할 줄이야. 아리안 라베드는 반가웠다. 아리안 라베드는 외딴 곳에서 남자친구를 만난 안나로 등장하는데, 셀린느와 제시의 '비포 선라이즈' 시절을 떠올리게 만들기에 중요하다. 낭만이 사라진 뒤 이어지는 사랑에서 무엇이 중요할까. 사랑을 바라는 마음은 식지 않는데, 설렘은 점점 줄어들 거다. '비포 선라이즈'의 낭만이 지극히 비현실적이었다면, '비포 미드나잇'은 무척이나 현실적이어서 더 마음.. 더보기
파라노이드 파크 (Paranoid Park , 2007) 구스 반 산트의 영화 치고는 친절한 편이다. 늘 뒷모습에 집중하는 구스 반 산트이지만, '파라노이드 파크'에서는 클로즈업이 많이 등장한다. 게이브 네빈스의 표정은 그 자체로 성장통의 서사가 담겨있다. 왕가위 감독과 꾸준히 작업해 온 크리스토퍼 도일의 촬영은 훌륭하지만, 해리스 사비데즈의 촬영이야말로 구스 반 산트 특유의 분위기에 가장 잘 어울리지 않나 싶다. 구스 반 산트는 포틀랜드를 배경으로 찍을 때 가장 자신의 색이 잘 드러나는 감독이다. 왜 감독들이 결국 고향으로 돌아가려고 하는가, 구스 반 산트의 필모그래피가 답이 되어준다. 더보기
라스트 데이즈 (Last Days , 2005) 구스 반 산트는 아웃사이더에게 집중한다. 치밀한 각본으로 서사를 만들기보다 장면과 장면 사이의 의미로 영화를 전개한다. 각본가에 가까운 감독과 화면연출에 집중하는 감독이 다르다고 생각하는데, 구스 반 산트는 후자다. 솔직히 말해서 구스 반 산트의 걸작이라고 불리는 작품들은 썩 내 취향은 아니다. 오히려 그의 평작 평가 받는 '레스트리스'가 내 기준에서는 가장 좋아하는 그의 작품이다. '굿 윌 헌팅'도 좋아하지만, 이 작품은 구스 반 산트의 개성보다는 맷 데이먼과 벤 애플렉의 각본에 좀 더 힘이 실린 작품이다. 커트 코베인에 대해 잘 모르지만, '라스트 데이즈'를 감상하는 데는 별 지장이 없다. 죽음에 대한 이미지로 가득한 영화다. 많은 평론가들이 걸작이라고 평헀지만, 내게는 썩 와닿는 이미지는 아니다. .. 더보기
엘리펀트 (Elephant , 2003) '엘리펀트'가 걸작인가에 대해 토론을 한 평론가들이 떠오른다. '아이다호'와 마찬가지로 몇 년만에 다시 봤다. 강렬한 이미지가 많기 때문에, 특히 후반부의 몇몇 장면들은 시간이 지나도 좀처럼 휘발하지 않는다. 구스 반 산트가 선택한 표현방식은 놀랍지만, '엘리펀트'가 걸작이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다만 이런 선택을 한 게 놀랍다. 세상에 콜럼바인 총기 사고로 이런 영화를 만들 사람은 구스 반 산트 뿐일 거다. 코엔 형제의 '시리어스 맨' 마지막 장면에서 휘날리는 깃발을 보면서 '엘리펀트'가 계속 떠올랐다. 딱히 연관성도 없지만 늘 두 영화가 함께 떠오르는 이유는 '시리어스 맨'을 다시 봐야 알 수 있을 것 같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