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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사노타다노부

피크닉 (Picnic , 1996) 러닝타임이 짧은 이와이 슌지의 초기작 세 편을 연달아서 봤다.'피크닉'이 제일 감흥이 덜했는데, 어두운 이와이슌지보단 밝은 이와이슌지의 세계를 더 좋아하기 때문일까. 정신병동에 입원한 이들이 지구 종말이 올 거라고 생각해서 세상으로 피크닉 나간다는 간단한 서사의 이야기다.남녀주연배우인 차라와 아사노 타다노부가 한 때 부부였다는 것도 처음 알았다.아사노 타다노부가 중년이 된 이후의 모습만 봐서 그런지, 그의 20대가 생소하다. 아사노 타다노부 앞에 나타나는 담임선생님의 환영은 비주얼만 봐서는 '이레이저 헤드'가 떠오른다.데이빗 린치 생각이 자꾸 났다. 레메디오스의 음악이 탁월했고, 푸른 하늘이 나오는 장면들이 좋았다.미세먼지 가득한 서울하늘에서 봐서 그럴까. 더보기
하나 (花よりもなほ , More Than Flower , 2006)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다른 영화에 비하면 '하나'에 대한 평은 썩 좋지 않다.평작이다, 귀엽다, 산만하다 등의 평을 주로 이룬다.내게는 꽤 괜찮은 작품으로 보였다.오히려 '하나'를 보기 전날 봤던 '환상의 빛'의 정적인 분위기보다 이 영화의 산만함이 더 매력적으로 느껴졌다.이런 류의 소동극을 좋아하기도 하고. 배우들 연기가 전체적으로 좋은데 역시 가장 눈에 띄는 건 미야자와 리에다.내게 거의 완벽에 가까운 영화였던 '종이달'에서도 그렇고 그녀의 연기는 늘 빛난다.분명 밝은 캐릭터를 연기하는데 순간순간마다 긴장감을 만들어내는 완급조절이 굉장하다는 생각이 든다. 자신에게 주어진 소명을 타의에 의해 결정하는 이들이 있다.아니, 대부분의 이들이 그렇게 산다고 생각한다.사회가 부여한, 혹은 가족이나 주변의 기대가 .. 더보기
환상의 빛 (幻の光 , Maborosi , 1995) 숙면을 취하고 나면 정적인 영화에 도전하고 싶어진다.고레에다 히로카즈의 데뷔작인 '환상의 빛'은 이전에 다큐멘터리를 찍던 그의 성향이 묻어날만큼 정적이다.명작이라고 하는 이도 많지만 내게는 '고레에다 히로카즈'라는 이름이 안 붙었다면 더 박하게 평가했겠다 싶을 만한 평작이었다. 다만 인상적인 장면과 물음은 있다.재혼을 앞두고 이사 가기 전에 사별한 남편과의 사진첩을 오랜만에 다시 보고, 동생 결혼식 때문에 방문한 고향에서 옆집 양장점 아주머니부터 자주 가던 카페 사장님까지 주변 사람들을 다시 만나는 순간들.그런 순간들은 내 삶에 대입해보게 되는 장면이라 울컥했다.추억을 돌아보고, 내 추억을 간직한 이들을 재회하는 일. 95년도의 아사노 타다노부는 지금 내 머리 속 이미지가 무색할 만큼 애띤 모습이다.짧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