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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누구나 아는 비밀 (Todos lo saben , Everybody Knows , 2018) 아쉬가르 파라디가 스페인을 배경으로 영화를 찍으면 어떻게 될까. 여전히 그의 전작들과 마찬가지로 많은 인물들이 갈등하고, 충돌을 통해 진실이 드러난다. 함부로 답을 내지 않고 계속 질문을 던지는 태도도 여전하다. 칸 영화제나 현재 시사회를 통해 본 이들 중 실망했다는 이들이 많지만, 내게는 충분히 흥미로운 작품이었다. 단순한 치정극으로 볼 수도 있지만, 내내 계급에 대한 이야기로 보였다. 어떤 사건이 일어났을 때 인물들은 계급논리에 따라 판단한다. '씨민과 나데르의 별거'와 마찬가지로 배경이 이란에서 스페인으로 바뀌었을 뿐, 계급을 당연하게 생각하는 인물들의 시선은 여전하다. 다만 배경이 스페인으로 옮겨지면서 종교와 관련된 부분은 좀 피상적으로 쓰였다. '씨민과 나데르의 별거'에서 코란에 모든 걸 거는 .. 더보기
나쁜 교육 (La Mala Educacion, Bad Education, 2004) 페드로 알모도바르의 작품은 남성이 주로 등장하냐와 여성이 주로 등장하냐에 따라 작품의 톤이 다르다. '나쁜 교육'은 그의 위트는 여전하지만, 차가운 누아르다. 그의 영화에서 색감도 중요하지만, 그가 아무리 따뜻한 작품을 만들어도 늘 서스펜스가 흐른다. 늘 히치콕을 입에 달고 사는 브라이언 드 팔마보다 페드로 알모도바르 작품을 볼 때 좀 더 노골적으로 히치콕이 느껴지는 건 내가 아직 히치콕의 작품을 다 본 게 아니어서일까. 가엘 가르시아 베르날의 필모그래피에는 버릴 작품이 없구나 라고 다시 느꼈고, 펠레 마르티네즈의 존재감도 만만치 않다. 후반부에 극을 흔드는 루이스 호마르의 연기도 정말 좋았다. 페드로 알모도바르는 어떤 디렉팅을 하는 걸까. 욕망이 서로를 물어뜯어서, 이 영화에서 딱히 선과 악을 구분하기.. 더보기
귀향 (Volver , 2006) 한동안 영화보다 다른 게 더 우선순위라 오랜만에 영화를 봤다. 페드로 알모도바르의 작품을 본 것도 오랜만이다. 카르멘 마우라는 계속 낯이 익다고 생각했는데, 올리비아 콜맨과 닮았다고 느껴서 그런 듯 하다. 페드로 알모도바르의 작품은 결국 모성을 향해 간다. '귀향'은 어머니를 귀신으로 볼지에 대해서 관객에게 그 몫을 넘긴다. 오히려 그런 해석의 여지 덕분에 영화가 더 풍부해진다. 칸영화제에서 여배우 6명에게 여우주연상을 줬는데, 배우들이 하나 같이 모두 빛나는 작품이다. 카르멘 마우라와 페넬로페 크루즈는 페드로 알모도바르의 전기, 후기의 페르소나라고 할 수 있는 배우인데 모녀로 나와서 흥미롭다. 동생으로 등장하는 로라 두에나스도 그의 작품에 자주 등장해왔는데, 무엇인가 숨길 때의 표정이 좋다. 마감 때문..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