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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우

하녀 (The Housemaid, 2010) '블루벨벳'에서 잘린 귀를 찾던 장면을 떠올리는 오프닝이다. 은이는 지금 막 자살을 시도하려는 여자의 사연을 궁금해한다. 그리고 결국 자신이 그 사연의 주인공이 된다. '형사'를 봤을 때와 비슷하다. 다들 이명세 감독의 '형사'가 별로라고 해서 안 보다가 수업 시간에 우연히 보았고, 내 인생 최고의 영화가 되었다. 임상수 감독의 '하녀'도 주위 사람들이 별로라고 해서 미루고 있다가 '돈의 맛' 시사회 가기 전에 급하게 보았는데, 이렇게 좋을 줄이야. 임상수 감독의 삐뚤어진 시선이 좋다. 어느새 임상수하면 떠오르는 화려한 세트와 미술도 좋다. 그리고 무엇보다 욕망에 가득한 인물들, 극단을 통해서 이끌어내는 보편성은 정말 탁월하다. '돈의맛'에서 김효진이 맡은 역할 이름은 나미이다. 물론 '하녀' 속 나미와.. 더보기
파주 (Paju, 2009) 정말로 불친절한 영화이다. 한 번 보고 이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굉장히 은유적인 영화이다. 곧이 곧대로 받아들이는 것을 넘어서 시종일관 집중하고 매장면 속에 숨은 의미를 찾아야한다. 어느 평론가의 말처럼 이 영화는 의식이 아니라 무의식의 흐름을 따라가는 영화이다. 영화의 내러티브 자체가 설명이 적고, 중간중간 생략된 이야기가 너무나 많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많은 여운을 남긴다. 영화 속에서 표면적으로 보이는 것들이 아니라, 인물들의 숨겨진 감정들과 인물들이 삼킨 말들을 발견하고 느끼는 것이 이 영화의 가치를 제대로 이해하는 방법이다. 그리고 난 이 영화의 그런 가치를 지지하고 싶다. 특히 많은 여운을 남겨주는 영화 마지막 부분에 서우의 얼굴을 클로즈업하는 장면은 같은 해에 개봉한 봉준.. 더보기
미쓰홍당무 (Crush And Blush, 2008) 개인적으로 최근 가장 재미있게 보았던 한국영화가 '낮술'인데, '낮술'만큼이나 재미있게 보았다. 영화 전반에 성적인 유머가 굉장히 많은데도 불구하고 거부감없이 볼 수 있는 굉장히 귀여운 영화이다. 하지만 성적인 유머 때문일지 몰라도 이 영화에 대한 관객의 반응은 극과 극이다. 이 영화는 대중 모두가 좋아하기에는 유머의 코드 자체가 매니아틱한 면이 많다. 설득력 없어 보이는 장면에서도 감독은 절대로 영화에 대해서 설명하지 않는다. 포스터만 보아서는 킬링타임용 코미디 같지만, 사실 이 영화는 불친절하고 관객이 영화 속 장면들에 대해서 이전 혹은 이후에 등장하는 장면과 연결해서 해석해야할 부분도 많다. '미쓰홍당무'는 한마디로 '루저(Loser)'에 대한 이야기이다. 영화 속 주인공은 안면홍조증을 가지고 있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