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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싱

백엔의 사랑 (百円の恋, 100 Yen Love, 2014) 복싱 관련해서 좋은 영화는 넘쳐난다. '크리드'와 '록키'의 마지막 경기는 벅찰 정도고, '성난 황소'는 복서를 넘어 한 인간의 흥망성쇠를 보여준다. 그러나 완성도를 떠나서 내 삶에 가장 크게 들어온 작품은 '백엔의 사랑'이다. 32살의 히키코모리가 처음으로 세상에 발을 디딘다. 단골이던 백엔샵에 아르바이트생으로. 거지 같은 인간들이 바글바글하고 인생은 더 꼬인다. 그럼에도 발을 디뎠기에 이제 다시 집으로 돌아갈 수 없다. 그래서 복싱을 시작한다. 세상은 나를 마구 때린 뒤에 위로 한마디 없지만, 복싱은 서로 죽일듯 때린 뒤에도 서로를 위로해주니까. 세상보다 링 위가 더 따뜻하니까. 그녀를 보면서 최근 내 삶에 대해 많이 생각했다. 세상의 기준에서 내 삶은 그 무엇 하나 빠르지 않다. 보통의 속도는 커녕.. 더보기
크리드 (Creed, 2015) 마블이 '크리드'를 본 순간 '블랙팬서' 프로젝트를 라이언 쿠글러에게 맡겨야겠다고 확신했을 듯 하다. '록키'라는 영화사에서 가장 인상적인 시리즈를 영리하계 계승했고, 스토리라인은 히어로영화에 가깝다. 기획부터 각본과 연출까지 모든 면에서 영리하다고 느꼈다. 늘 라이언 쿠글러와 호흡을 맞춰 온 마이클B조던과 마블 시리즈에 발키리로 출연했던 테사 톰슨의 연기가 돋보였다. 결국 주인공은 실베스타 스탤론이다. 그가 아카데미 시상식에 다시 후보로 오를 것을, 게다가 조연상으로 오를 줄 누가 알았겠는가. 주연에서 조연으로 물러나서 더 빛난다. '크리드2'는 설정 때문에라도 록키의 후속 시리즈를 보고 봐야할 것 같아서 훗날 보게 되지 않을까 싶다. '블랙팬서'는 소재에 비해서 다소 맥빠지는 면이 많았는데, 아무리 .. 더보기
록키 (Rocky, 1976) 영화를 보고나서도 '록키'보다는 실베스타 스탤론의 삶이 더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록키'가 좋은 작품이 될 수 있었던 이유는 결국 실베스타 스탤론, 자기 자신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그가 어려웠던 시절이 성공의 자양분이 되었다는 식으로 합리화되었다고 말하고 싶진 않다. 모든 어려움이 마치 성공의 발판이라는 식으로 해석되는 건 늘 경계하고 싶다. 아카데미 시상식을 휩쓸 정도의 작품인가 싶은 의구심은 든다. 다만 아카데미가 좋아할 만한 요소는 정말 많이 가지고 있다. 그럼에도 마지막 경기가 끝난 뒤의 감흥은 굉장하다. 인물이 쌓아온 감정이 마지막에 터진다. 빌 콘티의 음악도 압도적이고. '록키'라는 하나의 작품을 시작으로 '람보' 시리즈를 비롯해서 자기복제에 해당하는 작품을 만들지라도 오래도록 영화계에서 살.. 더보기
성난 황소 (Raging Bull , 1980) 마틴 스콜세지의 후기작으로 그의 작품들을 보기 시작해서 그럴까. 내겐 그의 후기작들이 좀 더 눈에 잘 들어온다. '택시드라이버'와 '성난 황소'는 좋은 작품이라는 걸 알겠지만 마음을 울리는 작품이라고 묻는다면 그 정도는 아니다. 다만 두 작품 모두 잊을 수 없는 장면들이 존재한다. '성난 황소'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제이크라모타가 챔피언 타이틀을 얻고 티비를 사고나서 잘 나오지 않는 티비를 보다가 아내가 들어오자 아내와 동생의 사이를 의심하는 장면이다. 이떄부터 시작되는 일련의 장면들은 로버트드니로의 연기를 비롯해서 거의 완벽에 가깝다. 오프닝은 멋지지만, 인물의 성향과 관계가 단숨에 드러나는 이 장면이 좀 더 인상적이다. 복싱은 삶을 요약한다. 마지막에 나온 성경구절도 이 영화를 잘 요약하지만, 결..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