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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현경

만신 (MANSHIN: Ten Thousand Spirits , 2013) '사이에서'와 '영매'는 다큐멘터리이고, '만신'도 기본은 다큐멘터리인데 극영화적인 지점들이 중간중간 들어간다. '사이에서'는 이해경을, '만신'은 김금화를 다룬다. 두 사람이 어떻게 다른 무속인인지, 계열 같은 게 다른 건지는 봐도 잘 모르겠다. 김금화의 과거를 재연하는 부분을 김새론, 류현경, 문소리가 시대순으로 보여주는데 김금화가 일방적으로 구술로 했을 걸 상상하면 좀 더 흥미로운 방식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보고 나서 '사이에서'가 좀 더 흥미롭다고 생각했는데, 아예 전적으로 극영화일 거라고 기대하고 '만신'을 봐서 그런 것 같다. 박찬경 감독이 형 박찬욱 감독과 함께 만든 단편 '파란만장'이 굉장히 흥미로웠기에 더 그랬을지도. 박찬경 감독의 '다시 태어나고 싶어요, 안양에'의 경우에는 극장에서 봤.. 더보기
나의 절친 악당들 (Intimate enemies, 2015) 임상수 감독을 정말 좋아한다. '바람난 가족', '그때 그 사람들', '하녀'는 걸작임에 틀림없다. 아쉽게도 그의 최근작인 '돈의 맛'을 보고 실망했고, '나의 절친 악당들'은 더욱 더 실망했다. 두 영화 모두 희망적이고 낙관적인 태도가 많이 묻어있다. 하지만 내가 임상수 감독을 좋아하는 것은 그가 굉장히 냉소적으로 풀어내는 현실이 매혹적이기 때문이다. 희망보다 냉소를 말할 때 더 빛나는 감독, 이라고 한다면 그것은 슬픈 말일까. 예고편과 초반부를 보면서 예상한 분위기는 데이빗린치의 '광란의 사랑'이었다. 영화를 다 보고나서는 지아장커의 '천주정'의 첫 번째 에피소드의 톤으로 갔다면 훨씬 좋은 영화가 되었을 것이라고 느꼈다. 임상수 감독이 진지하고 냉소적인 톤의 영화 속에서 살짝 던지는 위트는 좋지만, .. 더보기
방자전 '음란서생'과 마찬가지로 김대우의 각본이 좋았다. '음란서생'과 여러모로 비슷하다. 사극이며 은밀한 이야기이며 웃으며 보다가 눈물로 끝나는 이야기까지. 다만 대사는 전작에 비해서 좀 더 현대적이다. 전작에도 캐릭터들이 이야기에 비해 아쉬웠는데 그것은 '방자전'도 마찬가지이다. 특히나 이몽룡 캐릭터가 많이 아쉬웠다. 류승범의 외모가 튀는 편임에도 영화 속에서 존재감이 미비한 것은 캐릭터 탓일 것이다. 송새벽과 오달수의 캐릭터가 영화를 본 많은 이들에게 기억되는 것에 비해서 주연들의 연기가 회자되지 않는 것은 그리 유쾌한 현상은 아닐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김대우 감독의 작품은 좋은 이야기를 가지고 있다. 상투적인 이야기를 상투적이지 않게 느끼게 할만큼 이야기의 리듬이 좋았다. 특히나 엔딩이 좋았..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