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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빗듈리스

네이키드 (Naked, 1993) 마이크 리 감독의 '세상의 모든 계절'은 의심의 여지 없는 걸작이다. 그러나 '네이키드'는 호불호가 갈릴 만한 작품이다. 보는 내내 제임스 조이스의 소설 '젊은 예술가의 초상'이 떠올랐다. 딱히 공통점이 있는 건 아니다. 걸작이라고 하지만 내겐 와닿지 않고, 인물에 정이 안 가는 작품이다. 굳이 이 영화의 의미에 대해서 찾아보자면, 희망이 없는 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이 방황하는 이야기다. 진지한 대신 농담과 궤변만 늘어놓고, 의미 없는 섹스가 이어진다. 폭력이 난무하는데 방치된다. 이런 풍경이 세태를 잘 보여줬다는 느낌보다는 과하다는 느낌이 더 크다. 인물들에게 연민이 안 생기고 짜증났다. 특히 조니의 태도는 절망적인 시대상과 상관 없이 예의없이 느껴진다. 타인에게 예의없이 구는 게 시대를 핑계로 용인되는.. 더보기
맥베스 (Macbeth , 2015) 오슨 웰즈와 저스틴 커젤이 각각 만든 '오델로'와 '맥베스'를 연달아서 보고 나니 셰익스피어의 원작소설을 제대로 읽어보고 싶어졌다. 늘 겉핥기로만 알았지 제대로 읽어본 적은 없으니까. 고전적인 대사들을 독백처럼 다 읊는 영화의 방식이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비극의 성격을 잘 살릴 수 있게, 예언에 매달리는 맥베스에게 집중하는 방식이 좋았다. 마이클 파스벤더와 마리옹 꼬띠아르는 워낙 연기 잘하는 배우라 다른 작품에서 볼 때와 비슷한 감흥으로 봤다. '싱 스트리트'에서 주인공의 형으로 나오던 잭 레이너는 죽은 스코틀랜드 왕의 살아남은 아들로 나오는데 비중이 크지 않음에도 인상적이었다. 현대극뿐 아니라 고전에도 어울리는 인상이었다. 패시 콘시딘은 '디어 한나'의 감독이라는 것도 영화가 끝난 뒤에 알았는데, 맥베..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