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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희

밤의 해변에서 혼자 (On the Beach at Night Alone , 2016) 홍상수 영화를 본 지 꽤 되었다.'해변의 여인'부터 시작해서 그 이후의 영화들을 봤고, 데뷔작을 보고 감탄했고, '밤의 해변에서 혼자'는 내게 홍상수 3기 같은 느낌이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여태껏 본 홍상수 작품 중 가장 실망스러웠다.홍상수 영화를 보는 재미가 이 영화에서는 찾기 힘들다.일단 그의 방어적인 태도, 변명에 가까운 말들로 인해 생긴 작위성이 그 이유라고 생각된다. 특히 '시간'에 대한 은유라고 할 수 있는 인물을 노골적으로 쓴 부분은 잉마르 베리만의 '제7의 봉인'과 너무 흡사했다.마치 시간 위를 부유하듯 사는 여인이 결국 다시 시간으로 복귀해서 느끼는 성장통.이렇게 간단하게 요약되는 홍상수의 영화가 처음이고, 그래서 별로였다.홍상수는 요약되지 않지만 우리 일상에서 접근가능하기에 매력적이었.. 더보기
화차 (火車, 2012) 결혼을 한 달 앞두고 약혼녀가 사라진다. 약혼녀를 찾는 남자는 약혼녀의 숨겨진 사연들을 하나씩 알게 된다. 몰입도가 굉장히 높은 영화이다. 지극히 수동적으로 영화가 시키는 대로 보기만 해도 꼼짝없이 몰입하게 될 만큼 영화의 리듬이 좋다. 유일한 단점이라면 영화 마지막에 김민희의 얼굴이 클로즈업되고 슬로우모션으로 전개되는 부분이다. 영화 전체의 리듬을 생각했을 때 너무 과하다 싶은 부분이었다. 오히려 멍 든 채 택시에서 내리며 돈 한 푼 없다고 말하는 장면이 훨씬 더 많은 감정을 함축해서 잘 보여주는 장면이라고 생각된다. '바람난 가족'에서 성지루가 문소리의 아들을 단숨에 건물 아래로 던져버리는 장면처럼 정말 차갑고 냉정하게 영화를 끝내버렸다면 어땠을까라는 생각도 한다. 내가 여태껏 영화를 통해서 본 가장..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