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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해효

메기 (Maggie , 2018) '꿈의 제인'을 보고나서 구교환 배우의 작품을 찾아보다가 이옥섭 감독이 연출한 단편들을 보게 됐다. 소설로 치면 윤고은, 김희선 작가와 결이 비슷하다고 느꼈다. 만화 같은 발상을 끝까지 밀고 나가고, 톤 자체는 귀엽고, 보고 나서 느껴지는 메시지에서는 묵직함이 있는. 단편에서 메시지가 엄청나게 묵직하게 느껴지지는 않았는데, '메기'는 굉장히 묵직했다. '꿈의 제인'에 나왔던 배우들을 다시 봐서 반가웠다. 이주영, 구교환부터 시작해서 박경혜, 박강섭까지. 크레딧에서 제작지원에 심달기라는 이름을 보고 설마 '페르소나'에 나왔던 그 배우인가 했더니 맞았다. 통통 튀어서 리듬이 과하면 어쩌나 싶을 때마다 문소리가 등장해서 자연스럽게 균형을 맞춰주는 느낌을 받았다. 이원석 감독의 '남자사용설명서'가 가장 과소평가.. 더보기
그 후 (The Day After , 2017) 좀 놀라웠다. 전혀 기대를 안 했으니까.'밤의 해변에서 혼자'부터 홍상수가 연출자 이상으로 과잉된 모습을 보이는데 실망했고, '클레어의 카메라'에서 이방인 이자벨 위페르는 이전 배역들 때문에라도 내가 홍상수 영화에 실망한 이유를 더욱 도드라지게 만들었다. 그런데 '그 후'는 그 지점에서 어느 정도 벗어났다.아마 김민희에 포커스를 맞추다가 사이드로 조금 빗겨나가면서 홍상수의 이전 스타일이 다시 나타난 걸지도 모른다.자전적 요소 같은 건 떠나서,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의 정서를 다시 만났다.언제나 그의 데뷔작에 보여주는 정서를 선호했기에 반가웠다.다시 생생하게 움직이면서 죽음의 기운이 흐른다. 김새벽의 대표작이 '한여름의 판타지아'인 것도 몰입에 도움이 됐다.그녀의 이전 배역이 떠오른 덕분에 오히려 이 .. 더보기
밤의 해변에서 혼자 (On the Beach at Night Alone , 2016) 홍상수 영화를 본 지 꽤 되었다.'해변의 여인'부터 시작해서 그 이후의 영화들을 봤고, 데뷔작을 보고 감탄했고, '밤의 해변에서 혼자'는 내게 홍상수 3기 같은 느낌이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여태껏 본 홍상수 작품 중 가장 실망스러웠다.홍상수 영화를 보는 재미가 이 영화에서는 찾기 힘들다.일단 그의 방어적인 태도, 변명에 가까운 말들로 인해 생긴 작위성이 그 이유라고 생각된다. 특히 '시간'에 대한 은유라고 할 수 있는 인물을 노골적으로 쓴 부분은 잉마르 베리만의 '제7의 봉인'과 너무 흡사했다.마치 시간 위를 부유하듯 사는 여인이 결국 다시 시간으로 복귀해서 느끼는 성장통.이렇게 간단하게 요약되는 홍상수의 영화가 처음이고, 그래서 별로였다.홍상수는 요약되지 않지만 우리 일상에서 접근가능하기에 매력적이었..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