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당할 자신이 없어서 미루고 미루다가 보게 되었다.
잘 만든 영화이다.
다만 사건 현장을 담은 플래시백 장면들은 분명히 과잉되었다.
후반부터는 플래시백이 쓰일 때마다 기도를 했다.
제발 여기서 멈춰달라고.
이미 공주의 현재만으로도 과거의 아픔은 충분히 느껴진다.
영화 전반에 걸쳐서 영리하게 생략을 잘 한 영화인데, 아무리 생각해도 플래시백 장면은 과했다.
차라리 비슷한 소재의 영화인 '그르바비차'처럼 현재만 묘사했어도 충분하지 않았을까.
영화를 보는 도중보다는 끝나고 나서 눈물이 나는 영화이다.
다만 이 눈물의 출처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슬퍼서 울었는가, 화나서 울었는가.
과연 그럴 자격은 있는 것일까.
대부분의 관객들은 이 영화를 보며 불편해할 것이고, 슬퍼할 것이고, 분노할 것이다.
그런데, 딱 거기까지이다
그래서 이런 이야기가 발생하는 것이다.
그 이상으로 손을 뻗는다는 것은 굉장히 힘든 일이 되었다.
아니, 이 사회에서 그 정도의 호의는 미친 짓처럼 받아들여진다.
두 번 볼 자신은 없다.
굳이 더 보지 않아도 계속 생각날 영화이지만.
이런 류의 이야기들을 볼 때마다 함무라비법전부터 떠오른다.
가장 상식적인 법이 무엇일지에 대해 생각해본다.
이 영화 관련해서 가장 웃긴 사실이 있다면 이 영화가 청소년 관람불가라는 것이다.
이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결국 이창동 감독의 영화 '시'의 첫 장면을 향해 간다고 느꼈다.
두 영화가 연결된다면 울어야 할까 웃어야 할까.
지금 이렇게 글을 쓰면서도 주춤하는 이런 나의 모습이 결국 내가 이 영화를 보면서 불편했던 이유이다.
그 누가 이 영화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을까, 라는 물음을 던지기 전에 나 자신에게 이것저것 많이 물어야할 영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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