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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

촌철살인




'촌철살인'은 제4회 대단한단편영화제 상영작 중 반응이 좋았던 네 편의 단편영화를 붙인 영화이다.
즉, 네 편은 기획에 있어서 전혀 상관없는 영화이고, 공통점이 있다면 좋은 단편영화라는 것이다.

'라인'은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이다.
정말 보는 내내 연출자가 이 기발한 애니메이션을 위해서 얼마나 노력했을지에 감탄하게 된다.
드로잉 스톱모션 애니메이션 자체가 생소한지라 마치 아이맥스 영화보듯 신기하게 보았다.

'영국유학생 리차드'는 88세대의 이야기이다.
아마 많은 젊은 이들이 보면서 공감하고 씁쓸해하지 않을까.
영화를 본 뒤 영국유학생 리차드라는 키워드를 곱씹을수록 씁쓸함이 더 심해진다.

'백년해로외전'은 네 편 중 가장 재미있게 본 작품이다.
자기 때문에 여자친구가 죽었다고 생각하는 남자에 대한 이야기이다.
강진아 감독은 이 작품 외에도 참 좋은 단편영화를 많이 찍은 감독이기도 하다.

김예리는 다른 영화에서도 그렇지만, 이 영화에서 정말 빛이 난다.
이 영화의 템포를 조절하는 가장 큰 도구는 김예리의 표정이 아닐까 싶을만큼.
다들 안 괜찮은 것을 뻔히 알면서 왜 괜찮냐고 묻냐는 대사와 죽은 뒤에 하는 인터뷰라는 설정으로 남녀의 전사를 풀어내는 방식이 좋았다.
좋은 대사들도 많았고, 김예리와 이종필의 연기를 보는 재미가 쏠쏠한 영화이다.

'유숙자'는 한 노숙자가 타인의 집을 자신의 집처럼 사용하다가, 어느날 그 집의 주인이 들어오면서 생기는 일이다.
노숙자는 집주인의 침대 밑에 숨어서 상황을 살피고, 이 과정에서 오는 아슬아슬함이 이 영화의 매력이다.

하나같이 완성도 높은 단편영화들이다.
서로 연관성은 없지만 이런 식으로 좋은 단편들을 엮어서 극장에서 볼 수 있는 기회를 준다는 것이 관객 입장에서는 행운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