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Music

9와 숫자들 - 플라타너스



예쁜 꽃들이 굳세게 피어나도 나는요
기쁘지 않아
시들 날만 떠오르는데요

어리석은 난
꿈꿀 일이 두려워
밤새 잠 못 들고도 해요

목이 쉬도록 온종일 지저귀는 새들의 아픈 노래도
더는 들어주지 않을래요

매정히도 난
놓칠 일이 두려워
그대 손도 못 잡아줬죠

길모퉁이엔 꽈리를 튼 괴로움이 나를 기다려
타박타박 스치던 어느 사이
내 발목을 힘껏 물어대고

지난 계절에 오해와 차이인줄로만 알았고
핑계와 침묵으로만 대했던
헐벗은 추억이 솟아나

플라타너스
다 괜찮다는 듯이
너른 잎사귀 흔들어주던

플라타너스
시든 것은 너인데
비참한 것은 오히려 나야
오히려 나야

길모퉁이엔 꼬리를 세운 그리움이 기다려
저벅저벅 도망치던 그 사이
내 손등을 할퀴고 가면

뿌리도 없이
위태로이 버텨온 한 그루의 너
모진 비바람으로 휘몰아치던
구슬픈 사연이 떠올라

플라타너스
다 괜찮다는 듯이
마른 잎사귀 흩뿌려주던

플라타너스
떠난 것은 너인데
미안한 것은 오히려 나야
오히려 나야





9와 숫자들이 읽어주는 편지는 웃으면서 듣다가도 가사들을 곱씹다보면 금세 슬퍼진다.
'플라타너스'는 자주 꺼내보고 싶은 편지가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