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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

페르소나 (Persona , 2018)

전고운 감독의 작품이 압도적으로 좋았다.

나머지 작품들은 감흥이 거의 없었다.

 

이경미 감독의 작품은 믿기지 않을 정도의 완성도를 보여준다.

'비밀은 없다'는 내 인생영화 중 한 편인데 이런 작품을 보게 될 줄이야.

'미쓰홍당무'와' 비밀은 없다'는 여성연대의 좋은 예시로 삼을 작품들이다.

그런데 이 단편 속 여성들의 관계는 전혀 사려 깊지 못하다.

게다가 섹슈얼한 무드와 은유들은 하나 같이 너무 뻔하고 흥미롭지 못하다.

배두나, 김태훈까지 좋은 배우들이 함께 했음에도 왜 굳이 이런 극을 만들어야 했을까.

 

임필성 감독의 작품은 그동안도 딱히 좋아하지 않았고 이번 단편도 마찬가지였다.

대화를 통해 어떤 정서가 쌓이는 게 아니라, 대화와 정서가 따로 노는 느낌이 들었다.

교차편집이 활용되었는데 좀 더 극단적으로 밀어부쳤어야 극의 끝에 가서 감흥이 생겼을 것 같다.

 

전고운 감독의 작품 때문에 그나마 웃었다.

어제 본 '소공녀'만큼이나 좋아서 아예 장편으로 만들었으면 좋겠다 싶었다.

영화가 보여주는 디테일들이 어떻게 캐릭터를 구축하는지, 이에 대한 좋은 예를 보여주는 게 전고운 감독이 아닐까 싶다.

의상이나 소품 등을 이렇게 효과적으로 사용한 예가 있을까 싶다.

등장부터 핸드폰 네비게이션으로 자전거를 타고 등장하고, 가방은 밤에는 빛나는 야광이고, 가방 한쪽에 누룽지를 달고, 가방에서 족발과 콜라를 꺼내는 모습.

바다로 가면 무엇이든 있다는 대사부터 시작해서 두 소녀의 연대까지 모든 게 사랑스러운 단편이다.

이야기의 확장을 바라게 된다는 게 단편에게는 가장 큰 칭찬일 것 같고, 이 단편에는 그 칭찬이 어울린다.

'소공녀'에서도 좋은 연기를 보여준 이성욱의 연기도 좋았고, 심달기의 딕션은 그 자체로 캐릭터를 풍성하게 만든다.

 

김종관 감독의 작품은 아예 무감흥이었다.

그의 단편 '폴라로이드 작동법'과 '헤이,톰'을 정말 좋아한다.

카메라는 한 인물에 집중하고, 반대편에서 어떤 인물은 계속해서 말을 한다.

그 말에 따라 반응하는 인물의 표정.

그걸 보는 게 좋아서 김종관 감독의 작품에서는 늘 그 순간을 찾는다.

그런데 이번 단편에서는 그 순간을 목격하지 못했다.

김종관이 만들어낸 대사보다 대사에 반응하는 표정을 더 좋아해서 그랬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