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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

써니 (Sunny, 2011)



갑작스럽게 친구 연락이 와서 시사회에 가게 되었다.
게다가 브이아이피 시사회라고 연예인들도 많이 온다고 했다.
사실 연예인들 봐도 별 감흥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고 얼른 영화나 봤으면 좋겠다 싶었다.
왕십리 CGV는 처음 가봤는데 확실히 내게 사람 바글바글한 멀티플렉스 극장은 별로이다.
물론 사람들이 별로 없는 멀티플렉스 극장이야 스크린도 크고 좌석도 편해서 천국과도 같지만.

시험기간이라서 도서관에서 공부를 하려던 찰나에 이게 왠 공짜영화냐 싶어서 왔기는 했지만 나의 모습은 정말 딱 봐도 시험기간을 맞이한 대학생의 모습.
연예인들이 대기하는 라운지 안에 들어가있다가 연예인들을 많이 보았다.
태어나서 이렇게 많은 연예인을 본 것은 처음이다.
연예인들을 봐도 별 감흥 없을 것이라고 믿었지만 여배우들을 보며 큰 감흥을 느껴버렸다.
드라마 '트리플'을 보고 민효린을 개인적으로 좋아했었는데 민효린을 본 것만으로도 이미 너무 큰 감흥을...

아무튼 영화에 대해 말하자면 추천하고 싶다.
엔딩을 제외하고는 전체적으로 만족스럽고 재미있다.

강형철 감독의 데뷔작인 '과속스캔들'은 그에게 있어서 데뷔하기까지 몇 십년을 준비한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데뷔작이 나오기까지 그가 얼마나 많은 준비를 했겠는가.
그에 비하면 차기작인 '써니'는 상대적으로 준비기간이 덜하다고 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소포모어 징크스가 있는 것일테고.
그럼에도 난 강형철 감독이 충분히 선방했다고 본다.
그의 특기인 뻔한 상황 속에서 새로운 상황을 만들어내는 것과 개성 있는 캐릭터들과 재미있는 대사들도 여전하다.

특히 이 영화는 우리 부모님 세대가 좋아할만한 요소가 많다.
일단 영화 제목부터 보니엠의 노래에서 따오지 않았는가.
부모님 세대라면 향수를 느낄 수 있고, 굳이 그 시대에 대해 잘 몰라도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감정들이 많다.
칠공주라는 집단을 등장시킴으로서 남성들도 공감할 수 있는 유대감을 느낄 수 있다.
배경으로 군사 정권의 모습을 보여주거나 시위현장에서 싸우는 등 무거운 시대를 희화적으로 그려낸 부분도 좋았다.

특히 좋았던 장면은 유호정이 어릴 적 친구들과 찍은 비디오를 보는 장면이다.
이 장면을 보면서 아마 많은 이들이 어릴 적 추억을 떠올렸을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이 장면을 보면서 몇 해 전에 친구들과 춘천에 놀러가서 서로의 몇 년 뒤 모습을 상상하며 각자 몇 마디씩 찍었던 비디오가 생각났다.
지금 잘 보관은 되고 있으려나.
아무튼 이 장면은 관객의 감수성을 충분히 자극할만한 장면이다.

실질적 주인공인 심은경의 존재감도 굉장하다.
'과속스캔들'의 박보영 이상의 존재감을 보여준다.
특히 빙의되는 장면과 좋아하는 남자와 함께 있을 때의 모습, 민효린과의 포장마차 씬 등은 어찌나 귀엽던지.
단순할 수 있는 캐릭터이고 클리셰일 수 있는 장면을 심은경의 존재감이 새롭게 만들어내는 순간을 발견할 수 있다.
심은경을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영화이다.

좋았던 영화인만큼 아쉬움 또한 많이 남는다.
일단 마지막 엔딩은 시퀀스 자체가 실망스러웠다.
이것저것 일을 벌려놓고 갑자기 급 수습한다는 느낌을 지우기가 힘들다.
게다가 마케팅으로 활용하고 있는 민효린 캐릭터의 미스테리 또한 무책임하다는 느낌이 든다.

좋았던 캐릭터가 많았던 만큼 캐릭터에 있어서도 아쉬움이 크다.
일곱명의 캐릭터, 게다가 아역과 성인까지 총 14명이 등장한다.
특히 남보라가 맡은 캐릭터는 제대로 된 특징이 안 잡혀있어서 존재감이 미비하다.
또한 성인이 되어서 세월의 풍파 속에 개성을 잃을 수도 있지만 영화가 너무 급전개되어서 성인 캐릭터의 경우 캐릭터들 자체가 너무 평면적으로 묘사되었다는 생각이 든다.
성인캐릭터들의 경우 마지막 장면을 위해서 급조되었다는 인상이 컸다.
아무래도 14명의 캐릭터를 신경쓰고 기본적인 설정에 대해 설명하느라 영화가 급하게 간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왕이면 부모님과 함께 극장에 가서 보면 좋을 것 같다.
아마 영화를 보고나서 부모님께서 신나게 자신의 옛 이야기를 해주시는 것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엔딩의 아쉬움을 부모님들은 자신의 추억으로, 자식들은 부모님의 옛 이야기를 들으며 달랠 수 있을 것이다.
아무튼 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