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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

보이후드 (Boyhood , 2014)

개봉 후부터 계속 보는 걸 미룬 이유는 긴 러닝타임에다가, 주변에서 지루하다고 했더 이들이 많아서였다.

일어나자마자 마음 먹고 왓챠플레이로 봤는데, 최근 본 작품 중 가장 좋았다.

왜냐하면 보는 내내 인물의 성장이라기보다 나 자신의 시간을 돌아보고 같이 성장하는 기분이 들었으니까.

12년을 찍었다는 배경을 떠나서 영화가 품은 시간이 좋았다.

12년 찍는다고 해서 무조건 좋은 영화가 나온다는 보장도 없지 않은가.

 

리처드 링클레이터는 영화를 찍다가 자신이 죽으면 에단 호크에게 대신 찍어달라고 했다는데, 이제 둘은 따로 각본 안 쓰고 호흡 맞춰도 될 지경이 아닐까.

패트리샤 아퀘트는 '트루 로맨스' 이후로 정말 오랜만에 본다.

영화에서 유일하게 울컥하게 만든 건 패트리샤 아퀘트였다.

어렵게 두 자식을 기른 뒤에 '난 이 뒤에 뭐가 더 있을 줄 알았어'라고 하는 대사는 영화 속 명대사가 아니라 내 삶에 들어온 말이다.

 

리처드 링클레이터의 수다는 특별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마음에 들어온다.

여전히 그 이유를 잘모르겠고 딱히 분석하고 싶지도 않다.

다만 그가 영화에 담아내는 시간을 오래오래 보고 싶다.

시간을 온전히 담아낸 영화를 볼 일은 삶에 몇 번 없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