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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석

엑시트 (EXIT , 2019) 기분 좋게 볼 영화가 필요해서 봤다. 가벼울 거라고 생각하고 킬링타임용 영화라고 생각해서 봤는데, 기대 이상이었다. 류승완 감독의 작품을 제외하고, 제작사 외유내강에서 만든 작품 중에 가장 좋았다. 재난영화인데 영화에 주어진 상황들은 현 사회를 살아가는 청년들에 대한 은유다. 며칠 전에 본 '메기'와 겹쳐보이는 장면이 많았다. '메기' 속 싱크홀과 '엑시트'의 유독가스는 현 시대의 청춘이 겪는 재난 같은 상황에 대한 은유로 보인다. 게다가 신파나 과격한 피해묘사도 없다. 주인공은 히어로가 아닌 소시민이고, 영화의 해결지점 또한 작위적이지 않다. 이런 설정 하나하나가 사려 깊다고 느꼈다. 과할 때와 절제할 때를 너무 잘 조절한 덕분에 리듬도 탁월하다. 몇몇 부분에서는 울컥했다. 영화가 과잉되었기 때문이 아.. 더보기
나의 사랑 나의 신부 (My love my bride, 2014) 첫사랑이란 내가 지금 사랑하는 사람의 첫 번째 모습이다. 인상적인 말이다. 어제 본 '나를 찾아줘'와 이 영화까지, 이틀 연속으로 영화를 보며 든 생각이라면, 결혼은 미친 짓이다! 더보기
관상 (The Face Reader, 2013) 좋은 배우들의 얼굴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러닝타임이 즐겁게 느껴진다. 계유정난이라는 역사적 사실의 무게감 때문에라도 이 영화가 갈 수 있는 지점은 명확하다. 오히려 그런 한계점을 인지하고 있기 때문에 이 영화가 안정적으로 안전하게 갔다고 생각한다. 이 영화가 일정 지점 이상으로 가려고 호전적으로 진행되었다면 오히려 불편하지 않았을까. 보고 나면 관상을 보고 싶다는 생각보다 역사를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좋다. 더보기
건축학개론 좋았다. 아니, 이 영화를 안 좋아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지금 극장에서 이 영화를 본 사람 중에 90년대를 지나오지 않은 이가, 첫사랑의 기억이 없는 이가 몇이나 되겠는가. 좋아하는 배우들이 나온다고 하기에, 영화의 캐스팅 소식만 듣고도 굉장히 기대를 했다. 아역과 성인연기자의 외적인 모습이 너무 달라서 안 어울리면 어쩌나 싶었는데, 영화를 보면서 15년이면 내적으로나 외적으로나, 심지어 기억까지도 모조리 바뀔 수 있는 기간이라고 느꼈다. 누군가를 15년 동안 기억해 왔다면 짧은 수도 있겠지만, 그 15년 동안 추억은 계속해서 가공되고 포장된다. 지금 내 옆에 그 사람을 두지 못하고 추억으로 곱씹을 수 밖에 없는, 후회스러운 기억들을 포장해가며 하루하루 견뎌나가는 것이다. 아니, 대상에 대한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