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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영

풀잎들 (GRASS , 2017) 오랜만에 영화를 볼 때 기준이 늘 러닝타임이라는 사실은 서글프다. 서글프지만 현실이므로 가장 짧은 러닝타임의 영화들을 고르다가, '풀잎들'을 봤다. 이유영은 짧게 등장했지만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김민희의 딕션이 멋지게 바뀐 분기점이 된 작품을 다시 살펴봐야 할 것 같다. 매 작품마다 나오는 홍상수스러운 인물, 이번 작품에서는 정진영이다. 나중에는 아예 안재홍과 공민정처럼 비교적 젊은 커플의 이야기를 다루면 어떨까. 홍상수가 좀 더 젊었을 때 젊은 연인을 다뤘던 것처럼. 여전히 '밤의 해변에서 혼자' 이후의 홍상수에게 썩 호의적이지 못하다. 마지막에 등장하는 스틸컷 같은 이미지는 과하다. 이유영의 상대역으로 나오는 김명수의 그림자를 보여주거나 하는 장면도 작위적으로 느껴졌다. 홍상수는 실체를 보여줄 때 흥.. 더보기
사바하 (娑婆訶 , SVAHA : THE SIXTH FINGER , 2019) 개봉 전에 예매 오픈하자마자 예매한 이유는 장재현 감독이 작정하고 오컬트를 만들 거라고 예상해서다.그런데 결과적으로 '사바하'는 반쪽짜리 영화로 보인다.굉장히 좋은 지점이 많았음에도 뚝심 있게 한 가지만 하기보다 여러 요소를 취합하느라 이도 저도 아니게 된 느낌이다. 보면서 가장 먼저 떠오른 작품은 김태용 감독의 '여교사'다.'여교사'와 '사바하'의 공통점은 류승완 감독과 강혜정 제작자의 회사인 '외유내강'에서 제작했다는 거다.제작사의 특징이라고 일반화 하고 싶진 않은 게 , 외유내강에서 제작된 류승완 감독 대부분의 작품이 좋았기 때문이다.류승완 감독보다 인지도가 적은, 비교적 신인에 속하는 감독들의 작품에 투자자들의 입김이 너무 많이 들어가면서 영화가 감독 특유의 개성을 못 살린 건가라는 생각도 든다... 더보기
클레어의 카메라 (La camera de Claire , Claire's Camera , 2016) 홍상수 영화에서 늘 죽음이 보인다고 느낀 건 인물들이 자신의 권위와 상관없이 미친듯이 기본적인 욕망만 쫓기 때문이다.마치 금방이라도 죽을 것 같은 사람처럼.그런데 '밤의 해변에서 혼자'는 피사체에 대한 애정과 함께 연출자가 전면에 나오는 느낌이 들고, 죽음이 아예 노골적으로 캐릭터로 등장한다.'클레어의 카메라'도 비슷하다.피사체에 대한 애정은 그래도 다른 인물로 제법 분산되어서, 연출자의 편애에 가까운 애정의 시선은 좀 덜하다.그러나 후반부에 장미희 캐릭터의 지나간 언어가 아예 프레임 안에 다시 등장하는 장면은 당혹스러웠다.홍상수의 노골적인 면은 캐릭터의 대화 속에 섞일 때 좋지, 이런 식으로 등장하는 건 내가 그를 좋아하는 이유와 거리가 멀다. 중간에 장미희와 정진영이 둘의 관계에 대해 나누는 대화는 .. 더보기
님은 먼곳에 (Sunny, 2008) 친구들과 다 같이 '님은 먼곳에'를 보러 가자고 약속했었고, 얼마 전에야 겨우 보았다. 그리고 친구들 모두 실망했다. 나도 솔직히 실망이 크다. 난 그냥 볼만했지만, 친구들은 이 영화를 기억에서 잊고 싶다고 했다. 난 이준익 감독의 '왕의 남자'를 몹시도 좋아하고, '황산벌'과 '라디오스타'를 별로 안좋아한다. 그리고 '님은 먼곳에'는 내게 그저 그런 영화로 기억 될 것 같다. 생각해보면 내게 이 영화는 매우 별로임에도 수애의 연기 때문에 그나마 볼 만했다는 생각이 든다. 이 영화는 수애를 위한 영화이며, 수애가 없이는 존재할 수 없는 영화이다. 난 이 영화를 보며 김래원이 주연한 '해바라기'와 비슷한 느낌을 받았다. '해바라기'는 영화 속에서 좋은 소재들이 많았음에도 시나리오가 너무 엉성하게 전개되어서..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