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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상수

나의 절친 악당들 (Intimate enemies, 2015) 임상수 감독을 정말 좋아한다. '바람난 가족', '그때 그 사람들', '하녀'는 걸작임에 틀림없다. 아쉽게도 그의 최근작인 '돈의 맛'을 보고 실망했고, '나의 절친 악당들'은 더욱 더 실망했다. 두 영화 모두 희망적이고 낙관적인 태도가 많이 묻어있다. 하지만 내가 임상수 감독을 좋아하는 것은 그가 굉장히 냉소적으로 풀어내는 현실이 매혹적이기 때문이다. 희망보다 냉소를 말할 때 더 빛나는 감독, 이라고 한다면 그것은 슬픈 말일까. 예고편과 초반부를 보면서 예상한 분위기는 데이빗린치의 '광란의 사랑'이었다. 영화를 다 보고나서는 지아장커의 '천주정'의 첫 번째 에피소드의 톤으로 갔다면 훨씬 좋은 영화가 되었을 것이라고 느꼈다. 임상수 감독이 진지하고 냉소적인 톤의 영화 속에서 살짝 던지는 위트는 좋지만, .. 더보기
돈의맛 (The Taste Of Money, 2012) 임상수 감독의 영화 중에서 유일하게 극장에서 본 영화인데, 포스터와 예고편을 보고 기대를 너무 많이 해서 그런 것일까. 좋은 부분도 많았지만, 조금 실망스러운 것도 사실이다. 일단 너무 설명적이다. 서서히 극단에 치닫게 되고, 오히려 극단에 닿는 순간 공감을 일으키는, 보편의 정서가 생기는 묘한 경험이 임상수 영화의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 영화는 시작부터 모든 것을 보여주고 계속해서 설명해주고 끝에서는 어설프게 착해진다. 이렇게 친절하게 설명하고 다 보여주는 임상수는 뭔가 어색하다. 내가 기대한 그의 방식이 아니기에 이렇게 느낀 것일지도 모르겠다. 영화 보면서 궁금했던 두 가지. 하나는 달시파켓 맡은 역할의 한국어와 영어 혼용. 영화평론가 달시파켓을 정말 좋아하기에, 그가 연기를 한다는 것도 신.. 더보기
하녀 (The Housemaid, 2010) '블루벨벳'에서 잘린 귀를 찾던 장면을 떠올리는 오프닝이다. 은이는 지금 막 자살을 시도하려는 여자의 사연을 궁금해한다. 그리고 결국 자신이 그 사연의 주인공이 된다. '형사'를 봤을 때와 비슷하다. 다들 이명세 감독의 '형사'가 별로라고 해서 안 보다가 수업 시간에 우연히 보았고, 내 인생 최고의 영화가 되었다. 임상수 감독의 '하녀'도 주위 사람들이 별로라고 해서 미루고 있다가 '돈의 맛' 시사회 가기 전에 급하게 보았는데, 이렇게 좋을 줄이야. 임상수 감독의 삐뚤어진 시선이 좋다. 어느새 임상수하면 떠오르는 화려한 세트와 미술도 좋다. 그리고 무엇보다 욕망에 가득한 인물들, 극단을 통해서 이끌어내는 보편성은 정말 탁월하다. '돈의맛'에서 김효진이 맡은 역할 이름은 나미이다. 물론 '하녀' 속 나미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