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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희준

미성년 (Another Child , 2018) 최근에 본 한국영화 중 가장 사려깊고 캐릭터들이 귀여웠다. 상황 자체는 화나는데 캐릭터들은 현명하다. 사고 치는 사람 따로 있고 수습하는 사람 따로 있다. 희곡이 원작인 걸로 아는데, 연극적인 상황으로 보인다. 울컥하는 부분만큼 웃긴 부분도 많았다. 기본적으로 위트 있는 극이다. 상황이 주는 웃음을 잘 아는 작품이다. 짧은 분량으로 등장한 배우조차도 연기가 너무 좋았다. 배우 출신 감독의 가장 큰 강점이라면 연기디렉팅이 아닐까. 물론 무조건 보장된 건 아니지만. 어쨌거나 김윤석은 감독으로서 탁월했다. 모든 배우들의 연기가 좋았다. 특히 주연으로 나온 네 배우를 보는 재미가 크다. 배우 김윤석의 작품도 좋지만 그의 다음 연출작이 궁금해진다. 더보기
1987 (1987:When the Day Comes , 2017) 평일에 퇴근하고 극장에 간 것은 오랜만이다.회사 근처에 극장이 많다는 것은 복이지만, 엔딩크레딧이 올라갈 때 불이 켜지는 극장은 영화가 끝날 때쯤 후회하게 된다.장준환 감독의 '지구를 지켜라'와 마찬가지로 '1987'도 엔딩크레딧이 굉장히 중요한 영화이기에 불이 켜지는 순간 감흥이 싸늘하게 식어서 자꾸 씁쓸한 뒷맛으로 남는다. 박종철에서 이한열까지, 현대사에서 가장 중요한 사건을 다룬다.'택시운전사'와 '1987'의 공통점이라면 장훈, 장준환 두 감독 모두 이전 작품들은 본인의 시나리오로 연출한 작품이지만, 근현대사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사건을 소재로 다른 사람의 각본을 토대로 연출을 했다.'택시운전사'는 연출이 소재를 장악하지 못해서 소재에서 발생되는 과잉되는 정서를 방치해버린다. '1987'은 소재를.. 더보기
여교사 (MISBEHAVIOR , 2015) 결국 모든 영화는 계급과 욕망에 대한 이야기다.누구나 가지고 있는 욕망들이 충돌하면서 계급이 생긴다.그러므로 우리가 목격하는 일상의 모든 순간에는 욕망과 계급의 역사가 실시간으로 펼쳐진다. 2016년 내게 최고의 영화는 이경미 감독의 '비밀은 없다'였다.김태용 감독의 '여교사'는 영화 절반부까지만 해도 '비밀은 없다'에 버금가는 여성영화일 것이라고 기대하게 만들었다.두 여성이 어떤 연애를 이룰지, 어떤 기적을 보여줄지가 궁금했다. 문제는 신선하고 좋은 설정의 캐릭터들과 상황에도 불구하고 순식간에 치정극이 되면서 극이 무너진다.애정이라는 이름으로 이들의 계급과 욕망이 너무 손쉽게 막혀버린다.무척이나 아쉬운 영화적 선택이라고 생각한다.이 영화가 치정을 선택한 순간 모든 좋았던 순간들이 휘발하고 뻔한 극이 되..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