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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우

우리 선희 (Our Sunhi , 2013) '밤의 해변에서 혼자'에서부터 홍상수에게 실망스러웠다.난 그가 자신이 속물인걸 적나라하게 인물에게 투영하고, 그 캐릭터들 안에서 나의 속물성을 발견할 때의 묘한 감정 때문에 보는데, '밤의 해변에서 혼자'는 배우에 대한 애정이 너무 노골적으로 드러났다.배우에겐 잊을 수 없는 작품일지 몰라도, 관객 입장에서 연출자가 노골적으로 보여서 불편했다.그의 영화를 보는 이유가 사라졌다. 한동안 홍상수 영화를 안 보다가 오랜만에 그의 작품을 봤다.왜 늘 동어반복인 그의 영화를 보는 걸까.그에 대한 답이 되어주는 영화이기도 하다.선희와 그를 둘러싼 세 남자들, 비슷하게 '끝까지 깊게 파봐야지'라고 말하는 그들.동어반복의 뻔한 삶이 결국 우리의 삶이니까. 홍상수 감독과 첫 호흡인 정재영 배우의 연기가 너무 좋았다.정유미.. 더보기
자유의 언덕 (HILL OF FREEDOM, 2014) 홍상수는 항상 시간에 대해 말해왔다. 홍상수는 시간의 속성에 대해 가장 명확하게 인지하고 있는 감독이다. 그의 즉흥적인 작업스타일이 유효할 수 있는 것도 그가 항상 시간에 대해 말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작업 전에 카세료에게 일본에서 책을 가져오라고 했는데 마침 가져온 책의 제목이 '시간'이었다고 한다. 완벽하게 세팅한 감독들에게도 풀기 힘든 이야기들이, 홍상수의 시선 안에서는 우연을 통해서 쉽게 풀어지는 이유는 그가 말하려는 메세지 때문일 것이다. 그는 항상 시간에 대해 말하고, 필연 같은 우연에 대해 그려낸다. 남들이 하나의 인위적인 세계를 구축할 때, 그는 그저 있는 그대로의 삶을 고스란히 담기 위해 노력한다. 영화가 시작하고 편지를 읽는 이가 편지를 떨어뜨리고, 순서가 뒤바뀐 편지를 읽게 된다.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