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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도사쿠라

백엔의 사랑 (百円の恋, 100 Yen Love, 2014) 복싱 관련해서 좋은 영화는 넘쳐난다. '크리드'와 '록키'의 마지막 경기는 벅찰 정도고, '성난 황소'는 복서를 넘어 한 인간의 흥망성쇠를 보여준다. 그러나 완성도를 떠나서 내 삶에 가장 크게 들어온 작품은 '백엔의 사랑'이다. 32살의 히키코모리가 처음으로 세상에 발을 디딘다. 단골이던 백엔샵에 아르바이트생으로. 거지 같은 인간들이 바글바글하고 인생은 더 꼬인다. 그럼에도 발을 디뎠기에 이제 다시 집으로 돌아갈 수 없다. 그래서 복싱을 시작한다. 세상은 나를 마구 때린 뒤에 위로 한마디 없지만, 복싱은 서로 죽일듯 때린 뒤에도 서로를 위로해주니까. 세상보다 링 위가 더 따뜻하니까. 그녀를 보면서 최근 내 삶에 대해 많이 생각했다. 세상의 기준에서 내 삶은 그 무엇 하나 빠르지 않다. 보통의 속도는 커녕.. 더보기
어느 가족 (万引き家族 , Shoplifters , 2018) 내 기준에서 만점인 영화들은 두 종류가 있다.하나는 본 지 십분 정도 되었을 때 느낌이 오는 작품, 또 하나는 다 보고 나서 며칠 동안 앓게 만드는 작품.'어느 가족'은 전자로 시작해서 후자로 넘어갈 작품이다.즉, 나의 마음에 들어온 작품. '어느 가족' 속 캐릭터들이 주장하는 논리는 하나 같이 비약으로 보인다.버려져서 주워왔다, 망하지 않을 정도로만 훔치면 되지 않나.러닝타임 내내 그들의 행동에 마음이 아픈 동시에 걱정이 된다.그들이 한 행위 중에 질서에 어긋난 행위를 옹호한다는 뜻이 아니다.다만 아무도 별 상관 안 하는 인물들에 다루는 고레에다 히로카즈가 놀라울 뿐. 자꾸 울컥한 이유는 내 삶의 몇몇 장면이 떠올랐기 때문이다.돌아가신 외할아버지도 떠올랐고, 살면서 날 도와주고 예뻐했던 모든 이들이 떠..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