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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선미

밤의 해변에서 혼자 (On the Beach at Night Alone , 2016) 홍상수 영화를 본 지 꽤 되었다.'해변의 여인'부터 시작해서 그 이후의 영화들을 봤고, 데뷔작을 보고 감탄했고, '밤의 해변에서 혼자'는 내게 홍상수 3기 같은 느낌이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여태껏 본 홍상수 작품 중 가장 실망스러웠다.홍상수 영화를 보는 재미가 이 영화에서는 찾기 힘들다.일단 그의 방어적인 태도, 변명에 가까운 말들로 인해 생긴 작위성이 그 이유라고 생각된다. 특히 '시간'에 대한 은유라고 할 수 있는 인물을 노골적으로 쓴 부분은 잉마르 베리만의 '제7의 봉인'과 너무 흡사했다.마치 시간 위를 부유하듯 사는 여인이 결국 다시 시간으로 복귀해서 느끼는 성장통.이렇게 간단하게 요약되는 홍상수의 영화가 처음이고, 그래서 별로였다.홍상수는 요약되지 않지만 우리 일상에서 접근가능하기에 매력적이었.. 더보기
북촌방향 (The Day He Arrives, 2011) 항상 의문이다. 난 '해변의 여인'부터 시작해서 홍상수의 영화를 보았다. 점점 그의 영화가 좋아졌다. 내가 나이를 먹는 것인지, 속물이 되어가는 것인지, 영화를 자세히 보게 된 것인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홍상수 영화를 재미있게 본다는 것이 내게는 그리 기분 좋은 일이 아니었다. 왠지 단숨에 어른이 된 기분이 들었기 때문일 것이다. 홍상수의 영화가 좋은 이유 중에 하나는 평론가들에게도 홍상수의 영화는 좋은 텍스트이기 때문이다. 씨네21에서 홍상수 영화를 보고나서 그의 영화에 대한 평론들을 찾아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좋은 텍스트인만큼 좋은 평론글들이 많이 나오기 때문이다. 내게 홍상수는 항상 우연을 말하는 감독이다. 개연성 대신 우연으로 묶인 이야기, 아니 이야기라고 하기도 모호하다. 서사보다는 정서로 진행된..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