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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위쇼

아임 낫 데어 (I'm Not There , 2007) '캐롤' 이후로 오랜만에 본 토드 헤인즈의 작품이다. 극장에서 굉장히 피곤한 상태에서 '캐롤'을 졸면서 보느라 당시 주변에서 '캐롤'에 대해 평할 때 할 말이 별로 없었다. 나중에 맨정신에서 '캐롤'을 두 번 정도 봤고 졸았던 게 미안할 만큼 좋은 작품임을 깨달았다. '아임 낫 데어'는 서사가 없다. 나는 미국 근현대사나 밥 딜런에 대해 빠삭하게 알지 못하지만 영화를 보는데 별 지장이 없었다. 오히려 내가 갖고 있는 지식이 걸림돌이 될 수도 있겠다 싶은 종류의 영화다. 내러티브가 없는, 해체에 가까운 작품을 별로 안 좋아하지만, '아임 낫 데어'는 앞으로 참고할 수밖에 없겠다 싶을 만큼 창의적인 작품이다. 어차피 직선으로 흐르는 영화가 아니라 따라잡기 힘든 부분이 있는 것도 아니었고, 좋아하는 배우들을 .. 더보기
007 스카이폴 (SKYFALL , 2012) 아델의 OST 때문에 알고는 있었으나 미뤄둔 작품이다. 007 시리즈를 보면서 큰 감흥을 느낀 적이 없다. 아니, 제대로 본 적이 있긴 한가. 늘 케이블에서 스치듯 봤던 기억만 있다. 샘 멘데스의 '007 스카이폴'은 007 시리즈에서도 걸작으로 뽑히는 작품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내 기준에서는 썩 별 감흥이 없었다. 오락영화로서의 쾌감이 큰 것도 아니었고, 같은 기준에서는 오히려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가 더 흥미롭다. 샘 멘데스 영화답게 오히려 감정적인 부분들에 좀 더 눈에 갔다. 007을 모르는 이들도 알고 있을 007에 대한 이미지가 그대로 등장한다. 하비에르 바르뎀의 전사는 흥미로웠지만 빌런으로서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가 너무 강력해서 그런지 평이하게 느껴졌다. 주디 덴치가 사실상 서사의 중심.. 더보기
패딩턴 2 (Paddington 2 , 2017) 좋은 후속편이다.1편의 가장 큰 매력이라면 캐릭터일 텐데, 전편에서 패딩턴이 가족들의 화해를 위한 역할이 컸다면 이번엔 아예 패딩턴의 사려 깊은 성격이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다. 전편의 니콜 키드먼도 그렇고 휴 그렌트가 이렇게 코미디영화의 악역으로 나오는 걸 볼 줄이야.'브리짓 존스의 일기'의 얄미운 정도를 넘어서서 작정하고 망가지는 장면들이 많다. 샐리 호킨스가 패딩턴이 물 속에서 마주하는 장면에서는 '셰이프 오브 워터'가 떠올랐다.장면의 무드보다는 샐리 호킨스 특유의 표정 때문인 듯.브랜단 글리슨의 존재감이 컸다. 전편에 이어서 2편에서도 역시나 배경인 런던의 매력이 큰 작품이다.이번엔 아예 랜드마크를 주목하게끔 하는데, 런던에서 후원해서 만드는 영화도 이렇게 매력적으로 그리긴 힘들 거다. 그러나 최.. 더보기
패딩턴 (Paddington , 2014) 가족영화의 좋은 예다.클리셰일 수 있는 부분을 캐릭터의 매력으로 채운다.웨스 앤더슨을 연상시키는 미술이나 나홀로 집에 시리즈를 떠올리게 만드는 장면 등 많은 영화들이 떠오르는데, 주인공인 패딩턴의 매력이 익숙함을 기분 좋게 볼 수 있게 만든다. 니콜 키드먼이 이렇게 코믹한 분위기의 영화에서 악역으로 등장하는 걸 지켜보는 것도 흥미로웠다.장면 구성들도 좋았고, 무엇보다도 패딩턴을 보는 것만으로도 가치 있는 영화다.실제로 곰이 나타나면 도망가겠지만 패딩턴이라면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런던에는 다양한 이들이 어울려산다는 메시지로 마무리하는데, 런던에 대해 가장 똑똑하게 홍보하는 영화 중 하나가 아닐까 싶다.런던여행 때 딱히 많은 감흥을 못 느꼈음에도 불구하고 런던여행이 다시 가고 싶어진 것만 봐도,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