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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문희

아이 캔 스피크 (i Can Speak , 2017) 꼭 필요한 소재라는 것이 있다.그 소재를 다큐가 아니라 극영화로 만들기 위해서는 반드시 좋은 짜임새가 필요하다.'아이 캔 스피크'는 그런 면에서 굉장히 잘 만든 영화다.소재에 끌려다니는 것도 아니고, 불필요하게 과잉시키지도 않는다.오히려 김현석 감독 특유의 위트가 묻어나서 더 좋은 영화였다고 생각한다. 나문희의 연기는 알고도 울게 된다.분명 그녀가 관객을 울릴 것을 알고 마음의 준비를 해도, 담담한 그녀의 표정과 말투 앞에서 버틸 수 없다. 소재를 핑계로에 고통스러운 장면을 전시하듯 보여줬던 과잉된 연출의 영화는 이 영화 속 담담한 나문희의 표정을 보면서 배웠으면 좋겠다.적어도 이런 소재의 영화를 만든다고 하면 톤에 있어서는 절제가 반드시 과잉을 이긴다.도구적으로 상처를 사용하는 영화나, 소재가 가진 힘.. 더보기
조용한 가족 (The Quiet Family , 1998) 너무 예전에 봐서, 거의 새롭게 본 느낌이다. 김지운 감독의 영화 중 '달콤한 인생'을 가장 좋아한다. 문득 그의 초기작들을 다시 보고 싶어서 보게 되었다. 김지운 감독은 거의 모든 장르를 자기 스타일로 풀어내는 몇 안 되는 감독이다. 그의 영화는 장르로 묶이기 보다 '김지운'이라는 이름으로 묶인다는 것이 그 증거이다. 그의 초기작은 설정의 힘을 빌린, 거의 희곡이 가까운 느낌이다. 연극으로 올려도 충분히 어울리겠다 싶은 소동극이다. 개연성을 의심할 시간에 밀어붙이고, 캐릭터의 전사나 성격을 설명보다 행동으로 보여주는 방식이 좋았다. 최민식과 송강호를 한 장면에서 보는 것도 흥미롭지만, 가장 흥미로운 것은 고호경이다. 지금 봐도 정말 보기 드문 유니크한 색을 가진 배우이다. '버팔로66'에 나오는 크리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