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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중

우리 선희 (Our Sunhi , 2013) '밤의 해변에서 혼자'에서부터 홍상수에게 실망스러웠다.난 그가 자신이 속물인걸 적나라하게 인물에게 투영하고, 그 캐릭터들 안에서 나의 속물성을 발견할 때의 묘한 감정 때문에 보는데, '밤의 해변에서 혼자'는 배우에 대한 애정이 너무 노골적으로 드러났다.배우에겐 잊을 수 없는 작품일지 몰라도, 관객 입장에서 연출자가 노골적으로 보여서 불편했다.그의 영화를 보는 이유가 사라졌다. 한동안 홍상수 영화를 안 보다가 오랜만에 그의 작품을 봤다.왜 늘 동어반복인 그의 영화를 보는 걸까.그에 대한 답이 되어주는 영화이기도 하다.선희와 그를 둘러싼 세 남자들, 비슷하게 '끝까지 깊게 파봐야지'라고 말하는 그들.동어반복의 뻔한 삶이 결국 우리의 삶이니까. 홍상수 감독과 첫 호흡인 정재영 배우의 연기가 너무 좋았다.정유미.. 더보기
북촌방향 (The Day He Arrives, 2011) 항상 의문이다. 난 '해변의 여인'부터 시작해서 홍상수의 영화를 보았다. 점점 그의 영화가 좋아졌다. 내가 나이를 먹는 것인지, 속물이 되어가는 것인지, 영화를 자세히 보게 된 것인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홍상수 영화를 재미있게 본다는 것이 내게는 그리 기분 좋은 일이 아니었다. 왠지 단숨에 어른이 된 기분이 들었기 때문일 것이다. 홍상수의 영화가 좋은 이유 중에 하나는 평론가들에게도 홍상수의 영화는 좋은 텍스트이기 때문이다. 씨네21에서 홍상수 영화를 보고나서 그의 영화에 대한 평론들을 찾아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좋은 텍스트인만큼 좋은 평론글들이 많이 나오기 때문이다. 내게 홍상수는 항상 우연을 말하는 감독이다. 개연성 대신 우연으로 묶인 이야기, 아니 이야기라고 하기도 모호하다. 서사보다는 정서로 진행된.. 더보기